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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ㆍ작성일	2015-07-15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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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선도 '묻지마 投票'일까
요즘 주변에 '박근혜 대통령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갑자기 늘었다. 2년여 전 대선 때 알았거나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복지·남북관계·외교 같은 개별 정책에 대한 호불호라기보다는 사람 자체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한다. 한때 누구보다 신뢰했던 사람에게 '배신'이란 용어까지 쓰는 대통령을 바라봐야 하는 심정에서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것이 1998년이니 짧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후 14년여 동안 박 대통령은 강단(剛斷) 있기가 견줄 자 없고 한번 약속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참모들은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빗대 '철(鐵)의 여인'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확인된 것은 강단이나 신뢰라기보다는 불통과 일방주의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2년 전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박 대통령의 경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두 사람은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1~2년 만에 대중적 인기 하나만을 발판으로 대통령 직전까지 갔다. 도대체 국가나 정당 운영 능력이 있는지는 둘째 치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사람은 오래 두고 보지 않으면 진면목을 알 수 없는 법이다. GDP 세계 10위권에 이른 중견 국가치고 이런 정치를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열병처럼 달아오른 민심이 새로운 리더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성공할 수는 없다는 이치를 야권 지지자들은 2년여 전 외면했다.

이들이 2년여 전 내놓았던 공약이라는 것들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박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내걸었던 경제민주화가 분식(粉飾)이었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역점을 뒀던 통합은 지금 어디쯤에 가 있는가. 이 정권 들어 조금이라도 더 통합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박 대통령보다 복지 분야에만 100조원 이상 더 쓰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표의 복지 공약은 이미 현실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또 취임 1년 차에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고 덤볐다면 나라가 어떻게 됐을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영장에서 헤엄칠 수 있으면 바다도 건널 수 있다고 했던 안철수 의원의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돌이켜 보면 지난 대선은 명백한 선거 실패였다. 누가 당선되고 누가 낙선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치르는 우리 사회의 정치 역량 자체가 문제다. 당내에선 묻지마 계파 투표, 본선에선 묻지마 지역·세대·이념 투표가 주범(主犯)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몇 번째 이런 대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어떤 해결책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안에서 헤매도 경제가 성장하고 세계가 한 수 접어줄 때는 '내수(內需)형 정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정치의 실패가 곧 경제의 실패이고 국제사회에서 생존의 실패로 직결되는 시대다. 다른 나라들도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 비수를 들이대기 시작하는 일본이 좋은 예다. 이대로 아무런 변화 없이 그냥 가면 내년 총선도, 후년 대선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절박감을 느낀다.

신정록 조선일보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