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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식대의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모든 국민에게 화두로 던졌다. 각 분야에서 정상화를 이루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을 기대하였으나 그 속도가 지지부진하여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환자 중에 병원 밥이 맛있다고 하는 분이 몇이나 될까? 입원환자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환자식을 들지만 먹는 즐거움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환자라 입맛이 없기도 하지만 병원에 일류 요리사가 총출동한다 하더라도 환자식에 맛도 살리고 병의 회복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담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식대가 묶여 있기 때문이다. 환자식은 2006년 건강보험으로 급여화되면서 가격이 책정된 이후 현재까지 9년간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고 그대로다. 지난 9년간 식재료비, 인건비, 설비투자비 등의 식대 인상 요인은 모두 올랐는데 환자식의 보험수가는 제자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를 위한 좋은 식단을 꾸리기는 아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환자식의 원가와 수가를 연구 분석한 결과 영양기준을 맞춰 식사를 제공하면 할수록 병원은 큰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은 알기나 하며,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병원식의 한 끼당 평균원가는 6077원인 데 반해 평균수가는 5230원으로 한 끼당 평균 847원의 적자를 보고 있으며 500병상 규모 병원의 경우 환자식대만으로 연간 4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병원은 일반식당과 달리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자식의 조리와 배식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다. 필자도 작년 국제, 국내 인증 병원평가 시 주방의 엄격한 위생환경 설비와 안전배식을 위한 보온, 보랭 운반기 구입 등 개보수비용으로 5억원 이상을 지불하였으나 이러한 비용은 전혀 반영조차 할 수 없다. 건강을 빨리 회복해야 하는 환자식은 무엇보다 영양이 중요하지만 병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지금의 보험수가 구조에서는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저수가 정책은 환자에게도 이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9년째 고정되어 있는 환자식에 대한 보험수가는 현실화되어야 한다. 또한 환자식대 구조에 모순이 있음을 병원계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에서도 이미 확인한 바 있으므로 박 대통령이 제시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하루빨리 이루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영양과 맛이 있는 좋은 식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순남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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