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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許(특허) 허브 국가'의 꿈
지식재산은 산업 육성하고 막대한 부가가치 내는데 低평가 풍토가 도입 막아
전문성 갖춘 특허 法官 두고 징벌적 배상하도록 法 고쳐 먹거리 될 국가자산 지켜야
외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언제나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이다. 웅장하고 깨끗한 이런 공항이 대한민국 땅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동북아시아의 허브 공항이 한국 땅에 있는 것이다. 36년 전 33세 인천시 공무원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허황한 꿈이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비슷하게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 대한민국을 세계의 '특허(特許) 허브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특허는 미국의 건국 과정에서 정식으로 법적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먼저 창출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독점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철학의 산물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가 꽃피는 나라가 되었고, 역사상 가장 찬란한 과학기술 문명을 선도하고 있다. 그 후 모든 나라가 특허 제도를 본받았고, 현재는 특허를 포함한 상표·디자인 등의 지식재산이 국가와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세계 첨단 기업의 자산 중에 지식재산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일이 일반적 현상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은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지식재산은 산업의 근본이다. 특허가 있기 때문에 기업을 시작하고, 특허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기업이 생산 활동을 지속한다. 지식재산 보호는 기업을 보호하는 일이다. 둘째로, 특허를 이용한 파생 사업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특허를 심사하고 등록해주면 수입이 생긴다. 분쟁이 생기면 엄청난 소송 비용이 흘러다니며, 변호업·호텔업·관광업 등이 혜택을 누린다. 경제·산업 활동에 국경이 없기 때문에 특허는 국제적이다. 회사들은 국가를 골라서 특허를 출원하고, 출원한 국가에서 경제활동을 한다. 특허권이 출원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사업을 펼치지 않고 분쟁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특허 무용론(無用論)'이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특허를 출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특허 분쟁이 생기면 법원에서 무효 판정을 받는 비율이 70%에 이른다. 그리고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 평균이 5000만원 정도다. 그러니까 타인의 탐나는 기술이 있으면 일단 침해하고 본다. 분쟁이 생겨 특허 무효 소송을 걸면 70%는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특허가 유효 판정을 받아도 5000만원 정도만 배상해주면 된다. 일단 침해하고 나중에 법정에서 대응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것이 특허 무용론자들의 푸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째로 특허를 많이 출원하는 나라다. 숫자로 보면 대단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세계 굴지 회사들은 특허를 한국에 열심히 출원하지 않는다. 한국은 보호받지 못할 확률이 70%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외국에 먼저 특허를 출원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 특허에 굳이 비용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 내에서 생긴 분쟁도 한국 법원에 제소하지 않고 외국 법원에 제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법원에서는 정당한 심판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허 허브 국가' 건설의 관건은 비교적 간단하다. 첫째, 부실한 내용은 특허로 등록해 주지 말고 일단 등록된 특허는 잘 보호해준다. 정부 기관에서 발행한 특허증을 믿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나중에 무효가 되어 낭패 보는 일이 없게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특허 법관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특허 담당 판사도 2~3년씩 민사·형사 재판부에 순환 근무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미국에서 특허 판사가 10년 이상 근무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전문성이 없으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 셋째, 특허법을 개정하여 징벌적 배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처럼 특허 침해는 다시는 엄두 내지 못할 정도로 엄중한 배상액을 부과해야 한다. 현재처럼 손해배상액이 수천만원 선에 머무르는 한 특허 침해는 계속될 것이다.
특허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국가와 회사의 자산이고, 특허 보호는 국가 자산 보호다. 더 나아가 특허로부터 파생하는 부가 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준다. 최근 국회에서 의원 64명이 참여하여 특허허브국가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대법원에 특허허브코트위원회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30년 후에는 전 세계 발명가들이 한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한국에서 사업하고,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으로 몰려드는 세상을 그려본다. '특허 허브 국가'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동북아 허브 공항도 그렇게 허황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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