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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프라이머리' 도입해야 정치 先進國 된다
派閥 근원인 보스 공천 문제, 黨 실력자가 권력 독점하는 '나눠 먹기' 국회 개혁이 해법
지역구 數는 고정해 두고 비례대표·선진화법 없애며 다수당에 상임委長 맡겨야
200, 210, 203, 233, 291, 175, 160, 204, 219, 231, 276, 276, 297, 299, 299, 273, 299, 299, 300.
이 난수표(亂數表)는 초대부터 19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숫자다. 확률적 예측 외에는 어떤 규칙도 없이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멋대로 움직이는 후진(後進) 정치의 자화상이다.
현역 의원의 목숨 연장 가능성은 확률적 계산조차 불가능하다. 줄 서기를 잘못하면 끝이다. 보스의 눈 밖에 나면 다선(多選) 의원도 파리 목숨이다. 조선조 이래 판을 치는 망국적 파벌 정치가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정치의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문제의 핵심은 보스가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공천 제도다.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당원 자격과 관계없이 참여하는 완전 국민경선)' 제도가 각종 선거의 후보 공천을 파벌 정치에서 독립시킬 수 있는 제도지만 야당은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고 현역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반대한다. 하지만 진짜 반대 이유는 딴 곳에 있을 것 같다. 예비선거를 통과할 강경 좌파 현역 의원이 몇 명이나 될까?
19대 총선에서 선거구의 인구 크기가 3대1까지 차이가 났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런 불균형을 2대1로 줄이라는 헌법 불일치 판정을 내려 국회는 내년 12월까지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증원, 도농(都農) 복합 선거구 제도, 중대 선거구에 의한 여야 동반 당선 제도, 권역 비례대표 제도, 비례대표 증원 등 당리당략적 제안만 나온다.
여당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제안하지만 진전이 없다. 혁신에 앞장서야 할 여야의 초선 156명이 개혁에 조용한 모습은 국회의원 특권 개혁의 실패를 예고한다. 그보다는 국회 개혁에 초점을 맞추어 민주주의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첫째, 지역구 수는 선거마다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정해야 한다. 미국은 1910년 이래 하원 의원 수를 435명으로 고정하였다. 당시 20만명에 1명을 기준으로 했는데 지금은 73만명에 1명이다. 일본은 지역구 중의원 의원 수가 1993년 이래 300명으로 고정되어 있고 비례대표 180명까지 합치면 26만명당 1명이다. 우리는 20만명당 1명으로 지역구를 250개로 고정하고,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크기로 10년마다 재분배하고 광역지자체가 자치적으로 지역구를 결정, 중앙선관위에서 승인받도록 하면 될 것이다.
둘째, 비례대표는 5·16 후 일본에서 본받은 것 같다. 반(反)민주주의적이고 병폐의 온상이 된 비례대표는 폐지하고 국회가 선출하는 의결권 없는 무소속 기능 대표 제도를 도입하여 순수한 기능 대표로서 의정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국회는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 제도를 따라야 한다. 원내 교섭단체의 합의가 아니라 다수결에 따라 국회가 소집되도록 하고, 다수당 또는 다수파 정당 연합이 상임위 위원장을 모두 맡아 운영하며 국회선진화법은 폐기해서 나누어 먹기 식 무책임 국회에서 책임 국회로 변신해야 한다.
넷째, 국회 교섭단체를 갖거나 15명 이상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은 반드시 예비선거에 따라 모든 후보를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정당 활동의 핵심은 후보 공천과 선거운동이다. 소수 실력자가 지배하는 정치 제도는 국민의 뜻이 외면·왜곡되고 계파의 반목과 이합집산은 정상적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 당(黨)의 실력자는 전략 공천을 자행하는가 하면 이에 반발하여 당이 쪼개지고 정당이 급조되기도 한다. 계파 보스에게 충성하지 않으면 공천을 받을 수 없고 예비 후보조차 될 수 없다.
작금의 극한적 국회 대결 사태도 20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앞둔 파벌 싸움 때문이다. 차기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이 지금의 정부를 마비시키고 국회의 입법 활동을 중단시킨다. 1890년에 시작되어 1921년에 끝난 미국 정치 혁신의 핵심은 공천권 개혁에 있었다. 예비선거 제도는 미국 사례를 보면 양심적이고 유능한 의원은 선수(選數)에 관련 없이 당선된다. 친한파(親韓派)인 찰스 랭걸 의원은 임기 2년의 하원 의원 21선 현역이다. 윌리엄 프록스마이어 의원은 임기 6년의 상원 의원을 6선하였는데 선거마다 단돈 200달러(20만원)만 쓴 것으로 유명하다. 청렴과 유능의 전형이다. 유망한 정치 신인, 존경받고 능력 있는 정치인은 국민이 알아본다.
야당이 선호하는 여야 동반 당선 제도는 유신 정권 당시 일본의 제도를 모방한 것인데 일본은 1993년 폐기하였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앞서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장하여 폐기되었는데 DJ 후예를 자칭하는 야당이 재도입하자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국회가 개혁되면 자연적으로 내려놓을 것이다. 여야가 협조하여 국회 개혁을 이루어내야 할 19대 의원들이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국회 개혁에 실패한다면 역사는 준엄한 심판을 할 것이다.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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