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스타벅스가 ‘윤리적 생산’ 따지는 이유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우리 몸에 치장하기 위해 아프리카 광산에서 노예 같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비참한 실상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다이아몬드 최대 생산국 앙골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조사에서 세계 초콜릿의 45%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만 180만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노예 노동으로 인권이 유린되고 있음을 보고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카카오협약을 제정하고 ‘아동 착취 없는 초콜릿’을 위해 카카오의 생산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에서도 윤리 생산이 중요시되고 있다. 남미 등 커피농장에서도 아이들의 인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커피 불매운동으로 번지면서 세계적인 브랜드 스타벅스는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할 것을 공식 표방했다.
유엔 보고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3600만명이 노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인간사회에 내재된 윤리적 타락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이는 칸트가 주장한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한 윤리사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최근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성과 위주의 종래 가치를 벗어나 윤리산업 가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 윤리산업이란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도덕적 가치로서의 선(善)을 실현하고, 국가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기업 활동을 말한다. 이는 작업자의 인간다운 삶과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하고,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다음 세대까지 지속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가치 존중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또 윤리기업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더 높다는 사실에서도 그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성 투자 이론’에 의하면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지난 13년간 170% 증가한 반면 윤리산업지수는 640%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윤리산업 제품이 차별화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27%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국가 이미지가 글로벌 수준이 되려면 윤리생산 가치가 우리 사회의 경제 규범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국가 경제 발전의 3대 요소는 혁신, 제조 기반, 원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으나 최근 선진 제조업 사례에서 혁신이 제조 기반과 원가 경쟁력을 압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은 창조적 혁신이며, 그 혁신은 다양한 형식과 새로운 시도의 결합으로 일어난다’고 했다.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선진 윤리산업만이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윤리산업 제품으로 세계인에게 다가감으로써 한민족의 정신 가치와 위상을 높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하고 선진국으로 성큼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서방세계가 북한에 대해 인권 탄압과 테러 지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 기업의 윤리산업 가치가 북한으로 확산돼 스며들게 하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윤리산업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남북한 모두 윈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 윤리 산업의 혁신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막대한 홍보비를 투자하기보다 사람과 환경을 배려하는 윤리산업을 만드는 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세상이 급변해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가치는 윤리산업이 추구하는 진정성과 배려가 아닐까.
[강태진 매일경제신문객원논설위원·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