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중국 성장 둔화와 한국의 `불편한 진실`
외국인에게 당면한 이슈에 대해 논평하기를 기대하는 독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외국인 시각에서 한국이 잘나갈 때는 잠재적 위험을, 반대로 의기소침할 때는 기회를 생각하게 된다. 후자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전자는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단기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고 경고했을 때도 수출의존형 성장이 고용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고 썼을 때도 그랬다. 2013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최고치에 달해 다변화를 촉구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올해 들어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2012년 이후 중국의 경기 둔화가 본격화했기 때문이지만 한국에선 `불편한 진실` 두 가지가 떠오르고 있다. 하나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세계 경제의 부진과 경기 순환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문제, 그림자금융, 소득격차나 부정부패와 관련한 불만, 과잉 생산설비 등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한국의 문제는 이 같은 조정이 길어질수록 국영 공기업이 많은 중국 중화학 산업에 비해 민간 기업 주체인 한국이 더 가혹한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자원 폭식을 배경 삼아 사업을 확장한 해운과 조선업은 지난해부터 경영이 크게 악화됐다. STX팬오션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한진해운과 현대중공업도 실적이 부진했다. 중국이 막대한 과잉 설비를 투입한 철강과 석유화학에서는 시황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동국제강이 경영위기를 겪었다. 현대 SK 삼성그룹 등이 증설한 파라자일렌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또 하나는 중국이 임금 상승과 맞물려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기존 한국과 중국의 분업 관계가 전환기에 들어간 것이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기업들이 저가 제품 전략에 나선 것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의존해 급성장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6% 감소했다.
디지털 제품은 기술 표준화와 제품 주기가 짧고 후발 업체의 진입 추격이 아날로그보다 용이하다. 게다가 중국은 자국의 거대 시장을 이용해 외국에 선진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국은 TV용 LCD패널에서도 국산화를 추진해 삼성전자도 중국 현지 생산으로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이 부품ㆍ장치를 생산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조립하는 전통적 분업은 수평화를 향해 가고 있다. 한ㆍ중 경쟁은 앞으로 더 격화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산업계에선 투자 환경 악화로 줄어든 대중 투자를 한국이 대신하는 것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시급한 과제는 중국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며 세간에서 말하는 엔화 약세가 아니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화학공업 수출은 대부분 늘지 않았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부문은 한국처럼 증설하기는커녕 장비 축소, 해외 생산 이관 등이 계속되고 있어 엔저에도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등 대량생산형 제조업에서 한국의 경쟁자는 더 이상 일본이 아니라 중국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인정하기 싫어도 이것이 바로 진실이다. 틀에 박힌 엔저 비판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면서 정작 산업계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게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런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중국과의 경쟁ㆍ협력에서 새로운 차별화 길을 개척해야 한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은 결국 정공법밖에 없을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경학부 교수]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