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감시·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도 이제는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지경이다.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이 이번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광역·기초 의원들이 각 지자체 행정기구의 하나인 각종 행정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게 관례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의원은 1인당 평균 2개 꼴, 기초의원은 4개 꼴로 참여한다. 행정위원회는 도시계획위원회·건축심의위원회 등 해당 사업에 대한 심의·의결부터 이를 집행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는 행정기구다. 지방의원들이 이런 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조례 제정 등의 입법 기능, 행정 감시 기능과 함께 행정 기능까지 모두 틀어쥐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행법상 지방의원들의 위원회 참여에 관해선 자신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회 활동은 제한하고 있으나 구체적 금지조항은 없다. 따라서 위원회 활동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 종로구의 경우 건설기술자문위원회 운영 조례를 만들면서 위원회 위원으로 종로구의회 의원을 명시하기까지 하는 등 지방의원들이 위원회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원의 위원회 참여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많은 행정위원회가 이권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지자체의 건설·건축, 도시시설 정비, 도시관리 계획 등과 관련된 각종 심의와 의결을 한다.
이에 참여하는 시의원들이 민원인들의 집중적인 로비창구가 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 예로 강서구 재력가 청부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경우 도시계획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살해된 재력가의 청탁과 이권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리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과거 부산시 물가대책위원회에서 택시비를 올리는 과정에 당시 물가대책위원장이었던 시의원이 택시회사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인천시 도시계획 위원으로 활동한 인천시의원의 경우 재개발 철거업체에서 뇌물로 1억원을 받아 사법처리되는 등 지방의원의 위원회 참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각 지역에선 지방의원들이 이런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수퍼 권력자’ ‘해결사’ ‘힘센 지역유지’ 등으로 통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의 운영방식은 ‘지방정부+지방의회’ 형식으로 중앙 행정의 축소판이다.
지방의회가 활성화된 미국은 지방정부의 운영방식이 다양하다. 의회와 시장을 선거로 선출하는 정부 형태도 있고, 지방의회가 봉급을 주는 매니저를 고용해 지방행정을 맡기는 중소도시도 있고, 무보수 시장과 의회가 협력해 지방자치를 이끄는 소도시들도 있다. 지방의회가 동네의 질서를 유지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주민자치기구로 기능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권력기관화되어 가는 우리의 지방의회는 본래의 존립 목적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의원들의 이권 결탁 가능성을 차단하는 법도 마련되어야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지방의회의 존립가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중앙일보 10.10 사설에서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