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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ㆍ작성일	2014-08-1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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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부패의 미학
최근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이 작심하고 전개하는 반부패 운동이 점입가경이다. 작년 1월 시진핑은 고위 부패 관료를 지칭하는 호랑이든 하급 부패관리인 파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벌하겠다면서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과 국가에 미래가 없다는 망당망국(亡黨亡國)론을 설파했다.

시진핑 집정 이후 호랑이급으로 전 정치국원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는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며 군부 2인자였던 쉬차이허우(徐才厚)는 기소되는 등 이미 장차관급 이상의 고위관료 40여 명이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에 회부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 전 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은 지난 지도부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사법권을 통솔하는 정법위원회 서기였던 대호(大虎) 저우융캉(周永康)이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공식 조사를 받고 있음을 보도해 현 지도부의 성역 없는 부패척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소위 `특수당원`으로 전례 없이 중국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퇴임 후 처벌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과 민중 간의 내부 관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개혁개방의 그림자인 사회 양극화 및 각종 모순의 지속적 심화를 중국의 진정한 세계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그중 부패라는 독소는 중국 사회의 가장 직접적인 모순체이면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특히 호랑이 권력의 최상층부는 호랑이 굴을 형성하면서 중앙에서부터 성급 또는 그 하부 단위까지 상하 직속관계의 연결 고리로 이어져 지속적인 `종합 부패`가 이어지는 구조다. 저우융캉에 대한 옥죄기가 시작되면서 관련 인사 350여 명이 체포된 것만 봐도 중국 부패의 연결 구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으면 세간에서 말하는 일인체제 시진핑 권력의 독자성도 큰 의미가 없다. 사회주의 중국, 이를 이끄는 공산당의 존속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우융캉에 대한 조사나 많은 관료 특권의 축소 등 노력이 시진핑의 부패척결 의지에 관한 인민 대중의 기대심리를 만족시키는 효과가 있음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민 대중의 의심을 큰 호랑이 몇 마리 잡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시진핑 지도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사실 당이 통치하는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재화의 소유자이면서 분배자로서 누구에게도 견제당하지 않는 공산당과 당의 결정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관료들은 자의적 부패구조에 위치해 있다. 지난 30여 년에 걸친 경제 호황은 개혁의 필요성보다는 현실 안주를 용인했다. 그 사이 정부와 국유기업은 유착했고 권력층의 비호를 받는 사람들로 기득권층이 형성됐다. 반부패 작업은 개혁 저항 세력이 된 이들을 솎아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시진핑 반부패 운동의 핵심은 일인 권력의 공고화와 당의 존속이라는 현실적인 이중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시진핑은 2013년 2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관료들의 해외 자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 공개, 퇴임 후 15~20년 관련 분야 재취업 금지, 고급공무원 가족의 국외거주 기한 만료 시 일률 귀국 등 강도 높은 시행조치를 제시하였다.
정경유착 금지를 위해 고위급 관료의 직무 관련 결정 사항 및 사법 판결에 관한 종신책임제도 입법 중이다. 당국체제라는 특수한 정치체제에서 통치행위에 관한 종신책임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러한 법제화의 핵심은 법리적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에 있다. 그래서 제도화가 정치투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법제를 정확히 집행하는 법치질서의 구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ㆍ중국정치경제학]

한국 제조업침몰의 신호음 들리는가

산업부 후배 기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해외 취재를 신청한다. 1년에 두세 번 비행기 탈 기회가 생기던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우리 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현장에서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국 간판기업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29조원. 이 중 국내 비중은 10%에 그친다. 미주 30%, 유럽 23%, 아시아 19%, 중국 18%다. 삼성전자 근로자 28만명 중 한국에서 33%가 고용되고 있다. 이런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7조2000억원으로 어닝쇼크를 냈다.
중국시장에서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인도시장에서도 1등 자리를 빼앗겼다. 3분기, 4분기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거라고 한다.

현대차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756만대 자동차 중 86%를 해외에 팔았다. 생산 비중은 국내 39%, 중국 22%, 인도 13%, 미국 8% 순이다. 현대차는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기업의 공세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파른 임금상승, 통상임금 압박 등으로 생산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조선 해운 정유 화학 기업들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STX, 동양그룹 부도에 이은 동부그룹의 위기 외에도 적자의 고통이 더해지는 중견그룹들이 여럿이다.

간판기업들의 이익이 급감하고, 중견기업들이 한계선상으로 몰리면 어떻게 되나. 일자리가 줄고 법인세가 걷히지 않는다. 재정적자는 더욱 커지고 국민 부담은 늘어난다.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면 부동산이나 증시도 사상누각이 된다. 금융 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업 육성도, 내수활성화도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으로 방치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세계적인 컨설턴트 잭 트라우트의 `리포지션닝(Repositioning)` 이론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현장에는 3C(Competition, Change, Crisis)의 패턴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데, 지금 한국 제조기업들은 분명 큰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도 유감스럽게 제조업의 위기에 대한 인식이 없다. 오히려 외국기업들과 사투를 벌이기에도 벅찬 우리 제조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항목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관련법들과 사내유보금 과세다.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세다. 사내유보금 과세도 예상 밖의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한 대기업 회장은 "기업은 돈을 모았다가 적기에 투자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이런 돈에다 세금을 물리면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번 올리면 떨어지지 않는 게 임금인데 여기에 임금을 더 올리라고 압박하는 것은 5년, 10년 후 기업들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월급쟁이면서도 상위 5%에 속해 있는 대기업과 금융권의 `귀족 노조`도 변해야 한다. 과도한 임금 요구와 파업이 한창이던 호주에서 최근 도요타 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일제히 철수를 선언했다.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 노조와 정부, 정치인들이 뒤늦게 떠나지 말라고 붙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우리 한국노총, 민주노총 모두 조건 없이 노사정 협의에 참여해 더불어 살 수 있는 대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

10년 후 대한민국이 걱정스럽다. 맥킨지 지적처럼 `냄비 속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푹 삶길까봐 두렵다. 위기의 진앙에서 다가오는 `제조업 침몰의 시그널`을 제대로 느끼고 대처해야 할 때다.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부국장 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