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안대희 총리후보자에 바란다
새 정부 두 번째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을 보고 한 반응이 또 검사 출신이구나 였다. 총리가 되는 경력 경로(career path)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회창, 김황식, 정홍원 등 판검사 출신들이 총리를 맡은 전례가 있다. 더욱이 요즘은 나라가 기본을 지키지 않고 무질서하고 부정부패가 심하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대로 비정상화에서 정상화로 한시바삐 가기 위해 민주행정 본연의 정신인 법치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법은 때로 무서워야 질서가 잡힌다. 미국 고속도로엔 휴지 한 장 버려도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표지판이 수두룩하다.
상원의원 편지 한 통을 받아 보니까 이 봉투를 공적 용도가 아니라 사용(私用)하는 경우 6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문구가 봉투 상단에 적혀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법 집행(law enforcement)이 엄격하다. 흔들리고 있는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고 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이 방도밖에 없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 법이 앞장서야 하겠지만 그러나 법만으로 될까. 지난주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21세기 리더십에 관한 강연에서 필자는 큰 리더들은 검찰의 세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이 문제 해결의 강한 도구이긴 해도 리더가 판단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해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문제를 더 깊게 더 넓게 보아야 한다. 직지향(直志向) 사고만 아니라 사지향(斜志向) 사고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욱이 학문의 발달과 병행해 법도 이젠 신경과학을 법학에 접목한 신경법학(neurolaw)에 관한 이해 없이 재판 등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 총리가 맡아야 할 과제 중 행정혁신이 화급하다. 1980년대 말부터 행정개혁에 관여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고쳐 봤자 그게 그것이었다는 자조가 인다. 만상은 초기의 패턴(initial pattern)대로 움직이고, 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일쑤다. 정부 규모를 줄이기 위해 대부처로 바꿨더니 힘만 자랑할 뿐 문제를 좀처럼 풀지 못했다. 원래 민주행정은 기능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각 부처들은 권력에 집착하고 관료 이익부터 극대화하려고 한다.
원래 장관보다 힘이 없다고 평가된 총리가 마침 이번부터는 행정혁신처를 거느리게 된다. 정부부처의 힘은 예산, 조직, 인사 등에서 나오게 마련인데 총리가 조직 인사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었으니 각 부처가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행정개혁 그 자체가 안전행정부처럼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고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 총리는 행정과 관료주의에 대한 근본 인식부터 바꾸고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관료주의는 지배양식으로 보아 민주주의와 대립되는 입장으로 이를 타파하기 어렵다. 지구가 멸망할 때 마지막 남는 집단이 관료라고 할 정도로 생명력이 끈질기다. 법과 제도는 옷의 단추에 불과한데 암에 걸린 환자가 옷깃을 여미어 봤자다. 교도소 때문에 수인(囚人)이 생긴다는 미셸 푸코의 말도 기억하기 바란다. 한두 번의 징계 같은 것으로 고친다는 인식부터 버리고 함께 다시 태어나는 길을 택해야 한다. 3정의 원칙-정확, 정직, 정당-만 지키게 하는 것도 급선무다. 동시에 공무원 사기진작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행정도 행정이지만 이번 기회에 사회가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나부터 버려야 한다. 니체의 말대로 작은 나(ego)를 버리고 큰 나, 초월한 나(self)로 변신해야 관피아, 법피아, 언피아, 학피아 등 집단이기주의의 벽을 넘을 수 있다. 모처럼 다양한 사고, 강한 신념, 그리고 추진력을 갖춘 총리가 행정을 맡는다니 기대해 보자.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초대 중앙인사위원장]
['자본주의 탐욕'이라는 발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 탐욕은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패러다임은 물질과 탐욕이 아닌 공정과 법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단지 이 대목만으로 후보자의 자본주의 가치관을 평가한다는 것은 편협하고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와 표현은 썩 적절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이기심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조직하고 제도화한 이념이라고 흔히 소개된다.
이기적 활동들이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거쳐 공공적 효용과 사회적 공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애덤 스미스의 그 유명한 웅변이다.
이런 시장경제 시스템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순화시키는 도덕적 가치요 사회번영과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서구 역사에서 입증된 그대로다.
물질만능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의 단어가 아니다. 칸트가 국가 권력 아래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것은 돈의 힘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탐욕은 인간의 본질이지 자본주의의 본질이 아니다. 물질만능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가 마치 인간의 탐욕을 강화하는 기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이해부족일 뿐 사실과 다르다. 안 후보자가 강조해야 할 것은 온갖 규제나 독점으로 먹고사는 비시장적 권력이며 공정거래에 개입하는 정부의 권력 남용이다. 비시장 권력이 자라날수록 부패는 커지고 투명한 사회 안전망은 해체되기 마련이다.
‘시장 곧 탐욕’이라는 등식이라면 실망스럽다.
자본주의는 이기적 인간들이 협동하도록 만드는 제도이지 인간을 부패시키는 그런 제도가 아니다. 총리 후보자의 시장체제 이해에 의문이 제기되는 정도라면 곤란하다. 자칫 인간의 본성과 싸우자고 할까봐 겁부터 난다.
한국경제신문 2014.5.23 사설에서.................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