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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의 패러다임 확 뜯어고치자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대국민 담화를 초래한 이번 세월호 참사는 앞만 보고 너무 빨리 달려온 우리 자신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경제성장률, GDP 등 거시적 숫자의 노예가 되어 그 숫자에 가려진 많은 사회적ㆍ국가적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성찰과 반성을 게을리해 온 것을 바로잡을 좋은 기회라는 말이다. 특히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을 제공한 공공 분야의 문제점을 찾아보면 부패, 정실인사, 전문성 부족과 조직의 미션에 대한 사명의식 결여 등이라고 하겠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인사 혁신의 골자도 위의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부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인데 부패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사명감이 강한 사람을 공직자로 뽑아 계속해서 부패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공무원을 채용할 때 지능을 시험하는 것 이외의 다른 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선진 외국에서 빼놓지 않는 가장 기초적인 참고인 조사(reference checking)마저도 하지 않았다. 공직 후보자가 성장하는 과정을 잘 아는 친구, 교사(교수), 이웃, 전직 상사 등을 직접 면담해서 후보자의 정직성, 책임감, 성실성, 사회성 등을 알아내는 과정은 부패의 유혹에 쉽게 빠질 소지가 있는 인물을 아예 입문 단계에서부터 배제하는 데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또 하나는 공직자에 대한 감시 감독이다. 선진국의 모든 조직에는 이른바 내부 감사(IGㆍInspector General)가 배치돼 있는데 우리처럼 돌아가면서 순환보직으로 감사관직을 잠시(약 1년) 맡는 것이 아니라 거의 4~5년씩 계속 근무하는 이들은 생판 민간에서나 전혀 관련이 없는 타 부처에서 영입한다. 그래서 그들은 감사관직이 전문직이다. 우선 이 두 가지만 실천해도 우리나라의 공직 부패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참사의 두 번째 원인인 정실인사도 승진과 전보에서 널리 퍼져 있다. 현재 사용 중인 근무평정은 사실상 90% 이상이 다 `정상`으로 평가되는 제도여서 승진심사 등에서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객관성을 담보할 직무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전직이나 보직에 있어서 모든 직위에 대한 명확한 직무기술서와 그에 따른 자격기준을 명시해 그에 따르면 되는데 이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계급만 같으면 임명권자 마음대로 전보해도 아무도 도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셋째, 공무원 등용문인 고등고시는 아직도 일반행정직 선발에 중점을 둔 제도로 기술직이 그 안에 있으나 그 숫자는 미미하고 그런 정도(대학 3학년 실력)의 전문수준으로는 오늘날 정부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간 여러 번 시도한 개방형 직위공모는 원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는데 거의 모두 내부 승진으로 끝난 것은 우리 공무원 조직이 얼마나 폐쇄적ㆍ배타적인 조직인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넷째, 우리 공무원은 충원에서부터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절대 부족하다. 그렇게 된 데는 예산편성부처의 책임이 크다. 전년도의 정책목표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점증적으로 증액되는 예산제도 때문에 공무원들은 조직의 미션에 둔감하게 된다. 또 둔감한 만큼 사명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피라미드식 계급제하에서 몹시 심한 승진 경쟁이 객관적 잣대 없이 이루어진다. 이런 판에 공무원 대부분은 승진에 방해되는 결격사유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몹시 몸조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은 무사안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조직의 예산, 조직, 인사 등 모든 것을 그 조직의 사명 달성에 초점을 두고 철저한 교육ㆍ훈련과 관리를 통해서 책임을 따지는 행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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