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새내기들에게
이번주를 전후해 입학식을 한 14학번 새내기들로 대학 캠퍼스에 활기가 넘친다.
매년 입시 때 되풀이되지만 이과 최우수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수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세태는 별로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의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보면 뛰어난 인재들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다들 똑똑하다.
의대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의대 신입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그 사회에서 대우를 받아왔다. 공부는 지식의 다른 말이었다. 즉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고, 한 사회나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가 됐다. 의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보 혁명이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의미에서 암기식 지식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 지금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의 가치는 10년 뒤, 20년 뒤에는 보잘것없어질 수도 있다.
필자가 대학 때 배웠던 의학 지식의 상당수는 병원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지금은 중요해 보이는 지식의 자리를 새로운 지식이 급속히 대체해 나갈 것이다. `공부 잘 하는 것`의 유효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식보다 지혜를 쌓는 데 더 애쓰라는 말을 신입생들에게 하고 싶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이 변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혀도 성공적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물론 지식 없이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 고전부터 현대까지 전공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은 대학생의 기본이다.
다만 기계적으로 교과서에 매달리지만 말고, 넓은 시야를 갖고 깊이 고민하면서 공부해주길 바란다. 많은 책을 달달 외운다고 저절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의 쓰임새는 다르다. 의료뿐 아니라 기업 등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삶의 지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최고 인재들이 의대에서 지혜를 쌓아 의료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한국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장]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