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당신의 회사를 얼마나 알고 있나
기업과 인체는 여러 공통점
청진기 대기 귀찮아하다
수술메스 대야 하는 일 생겨
건강검진은 당연시하면서 기업진단은 왜 꺼리나
참 신기한 일이다. 수년 수십 년을 근무하며 매일매일 출근하고 업무하는 회사인데, 구석구석 알고 있는 회사인데, 나 같은 뜨내기 제3자에게 물어보다니. 그런데 진짜 신기한 것은, 진짜로 대학교수인 내가 더 잘 아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그 연유가 결코 학술적인 논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알지 않는가. 대학의 이론과 논리의 쓸모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기업과 교류가 잦고 기업 현장과 소통이 많은 전문가는 꽤 쓸모가 있다. 깊이는 얕아도 얕은 딱 그만큼 두루두루 여러 기업, 여러 기업의 폭넓은 제반 문제를 듣고 보는 기회에서 비롯된 쓸모이다. 현안과 관행에 매몰된 시야를 벗어나게 해주는 자문도 의미 있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역할도 있다. 바로 진단과 평가이다. 기업의 각 영역에 대해 경쟁력을 분석한다. 막연히 잘하고 못하고,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동종업체 내의 위치를 따져본다. 선도기업이나 경쟁기업과 비교평가하고, 그 비교치가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하는지 진단한다. 어쩌면 외골수 기업에 오지랖 전문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라도 하느냐이다. 누구라도 제대로 하고 있느냐이다.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경영진단 조직을 갖고 있다. 대개 CEO의 인접조직으로서 진단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수행하는 업무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가 보통이다. 경영자가 알아야 할, 점검하고 챙겨야 할 기업의 실태에는, 경영 성과의 달성 여부와 업무활동의 준법 여부만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기업이 꾸준히 진단하고 부단히 평가해야 할 항목은 이렇다. 조직구성원의 역량, 업무체계의 효율, 전략계획의 적정과 같은 기업의 내부 자원부터 고객과의 관계, 협력업체와의 관계, 그리고 신시장과 신사업을 아우르는 대외관계까지.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체계인 기술력, 디지털 활용도, 기업 투명성도 있다. 이들 내부 자원, 대외관계, 연결체계를 각각 세 가지 항목으로 기술했지만, 각자는 또다시 세분화되어 세분된 하나하나를 측정해 기업과 경영의 수준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또 신기한 것은 진단평가해야 하는 기업의 항목이 기가 막히게 사람의 그것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내부 자원에서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경영전략은 사람의 뇌, 실제 일을 하는 기업의 인적자원은 뼈, 일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의 프로세스는 근육과 같다. 대외관계의 고객 관계는 사람의 청각, 협력업체 관리는 운동능력, 신시장 및 신사업은 시력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사람이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가장 많이 우려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순환계, 소화계, 신경계다. 이들은 현대 경영에서 한층 부각된 기업 투명성, 기술가치, 디지털 활용도라 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기업이 각각의 항목에서 동종업에서의 위치, 경쟁력의 수준을 알아야 하듯이 사람도 동일 성별, 동일 연령대에서의 위치, 신체 기능의 수준을 알아야 한다. 기업도 사람도 시간에 따른 자기 수준의 변화와 추이를 알아야 한다.
누구나 자신을 아낀다. 자신을 아끼는 방법으로 건강검진만 한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종합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데 소홀함이 없다. 그렇다면 당신의 기업은? 당신의 기업을 아끼지 않는가?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대의 높은 파고 앞에 처연히 서 있는 당신의 기업을 왜 주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진단하지 않는가.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가. 생각해보라. 청진기를 몸에 댈 것인지, 아니면 날카로운 메스를 몸에 댈 것인지. 어차피 차갑긴 마찬가지지만 상황은 천양지차이다. 청진기가 낫지 않겠는가? 메스를 대기 전에 묻고 답하자. 당신은, 당신의 기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