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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구인 모두가 어려운 '兩困馬(양곤마)'의 해법
취업준비생들 中企 피하는 속내, 근무환경 열악한 곳 뜻밖에 많아서
鷄口牛後… 소 꼬리보다 닭 머리가 폭넓은 세상 본다는 걸 기억하길
강소기업도 우수 자원 영입하려면 사무환경 개선하고 공격 투자해야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은 공기업과 대기업이라고 한다. 공기업은 보수보다 안정성 때문에, 대기업은 보수도 후하고 미래 가능성도 높은 편이어서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는 법, 후한 보수에 미래도 밝아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기업은 입사와 동시에 혹독한 수련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데,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얼마 전 신문에서 본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려면 평균 23년이 걸리고 또 임원이 되는 비율은 100명 중 한 명도 안 된다고 한다.
지난 8월 서울시가 발표한 일자리 정보에 따르면 300명 미만 중소 규모 사업체의 구인 목표가 13만명이었으나 2만명이나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며, 이는 대기업에 비해 3배나 높은 비율이다. 이처럼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인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 재수 삼수의 길로 들어서는 청년 백수는 늘고 있다는데, 대기업 선호 현상이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취업 준비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대기업에 비해 낮은 급여와 복리 후생, 체계적 교육 및 육성 부재, 그리고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기업의 안정성을 크게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30대 그룹이 1997년 IMF를 거치면서 지금은 10여개만 살아남았으니 대기업이 꼭 장수한다는 법도 없다.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이유도 있다. 사람을 못 구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을 보면 근무 환경이 사무실인지 창고인지 모를 정도로 열악한 곳도 많다고 한다. 요즘에는 대학도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우수 신입생을 받기 위해 학교 시설에 투자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는데, 특히 지방 대학의 시설은 놀라우리만치 좋아지는 추세다.
그렇게 좋은 시설에서 공부하다 열악한 중소기업으로 들어선다면 어떤 기분일지 뻔하다. 중소기업도 지원자가 없다며 한숨만 쉴 일이 아니라 우수 자원을 영입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보아야 한다.
2008년 12월에 중앙대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직접 써서 계구우후(鷄口牛後)의 조언을 했더니 반응이 제법 뜨거웠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소의 꼬리,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닭의 머리에 비유하며 중소기업에 가면 조직이 작으니 아무래도 대기업보다는 맡는 일의 범위가 넓어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중소기업을 보고 연봉이 적다, 교육 기회가 적다, 자기 계발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소의 꼬리가 되어 보았자 파리 잘 쫓는 기술밖에 더 배우겠는가. 닭의 머리는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곳이니 더 넓게 배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본인이 현장에서 더 많이 뛰어야 하기에 더 많은 경험과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다.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던 K군은 실패를 거듭한 후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를 뒤로하고 중소기업을 택했다.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경력을 쌓으면 대기업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늘 불만인 연봉과 과중한 업무에 체계적 교육 훈련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현실을 깨닫고 역량 발휘와 경력 쌓기는커녕 대기업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K군과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 P군은 애초에 자기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곳은 중소기업이라고 판단하여 대기업을 포기하고 아예 처음부터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회사의 기업 문화에 대해 만족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봉, 그리고 기술 개발 분야에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회사에 감사하며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취업한 학생들을 초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나온 경험담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 실업, 즉 구인과 구직의 양곤마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과거 고도 성장기의 대기업 중심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다원화된 강소기업 육성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은 스스로 창출된 이익을 활용하여 사무 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대기업에 준하는 인재 확보와 육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면서 대기업 응시를 준비하고 시도하는 것이야 탓할 수 없다. 그러나 한두 번 안 되거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면 한시라도 빨리 대기업을 포기하고 적절한 중견·중소기업을 찾아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 취업 재수가 대학 입시 재수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박용성 중앙대학교 이사장· 두산중공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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