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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감사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에 모든 비정상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감사원장도 새해 들어 공공기관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탓하며 고강도 감사를 예고했다. 비정상적인 부문이 공공기관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게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분식회계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하여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음에도 일부 대기업에서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한 점을 보더라도 회계감사 부문에도 정상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업 회계부정 비리 연루에 관계없이 공인회계사들이 기업의 감사인 자격으로 분식회계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연대책임을 져 왔다.
회계부정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회계 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도 추락과 함께 회계감사의 한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져갔다. 비록 정당한 회계감사 프로세스를 밟아도 투자자 소송 결과에 따라 공인회계사는 해당 기업과 함께 감사 실패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회계감사가 회계부정을 막는 만능은 아니다. 회계감사의 핵심은 회사가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범위에서 재무정보를 제공하고 공개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회계업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2011년에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여 회계 인프라스트럭처를 선진화했고, 지난해에는 회계투명성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정책과 입법에 반영돼 증권집단소송이 발생했을 때 감사인에게 연대책임을 묻던 손해배상제도가 비례책임제로 바뀌었다. 또 공동주택단지, 즉 300가구 이상 아파트와 모든 학교법인에 대한 외부감사도 의무화되었다. 이제 회계 분야에서도 우리 사회 컨센서스를 통해 비정상이 정상화하는 기초가 점차 마련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회계감사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이해와 감사를 받는 기업들의 올바른 생각과 실행 의지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회계감사 부문 정상화를 위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기업이 회계감사를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윤리경영과 지속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고 봐야 한다. 회계감사는 공공재이며, 회계감사의 고객은 기업뿐만 아니라 주주와 투자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둘째,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의 재무제표 대리작성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 감사를 하는 공인회계사가 감사받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겠는가.
셋째, 회계감사 보수를 적정 수준에서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보수는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에 비해 20~30% 수준으로 턱없이 낮은 편이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회계감사 투입시간이 늘었음에도 감사 보수는 제자리걸음이다. 기업 측 사정도 있겠지만 감사 보수는 점진적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
넷째, 감사 보수 현실화 기반에서 공인회계사들은 최선의 노력으로 회계감사 품질 제고를 이루고, 감사 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공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갑오년 새해를 맞았다. 120년 전 갑오년은 `갑오경장`을 통해 우리 사회에 큰 혁신과 개혁을 가져온 역사적인 해였다. 힘찬 말의 기상을 닮아 우리 국가경제도 번영하고, 회계산업도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 속담이 생각난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기업들이 회계감사를 보는 시각 변화는 물론 적극적인 준비와 협조가 필요하다.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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