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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맞아
경제부총리 고해성사 할때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 자리에서 총수들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보고했다. 과연 제대로 되고 있을까? 3분기까지 30대 그룹 투자가 오히려 5% 줄었다.
기업들 관심사는 신규 투자나 일자리가 아니다. 어떤 사업이든 정권에 밉보이는 일이냐 아니냐가 우선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 전기 대비 1.1% 성장했지만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 성장이 경제 회복의 착시를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경제 상황을 오랫동안 폴로업 해온 일본 모 언론사 주한특파원의 진단이 섬뜩하다.
"한국 경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맞을 것 같다. 그 기간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일본처럼 20년이 될지 모르겠다."
걱정이다. 우리 경제는 엔화 약세, 규제 완화로 무장한 아베노믹스가 기진맥진해 있던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은 잠재성장률이 0.8%지만 올해 1.6% 성장세(IMF 올해 전망치 2.0%)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3.8% 잠재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2.8% 성장이 전망된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기업가 정신이 약해지고 기업 투자가 갈수록 위축된 데 원인이 있다.
저성장과 함께 정말 걱정되는 게 있다. 나라 곳간이다. 전직 경제장관, 경제 수석 등을 지냈던 인사들은 한결같이 재정위기 가능성을 걱정한다. 30여 년간 국가 재정을 담당했던 전직 장관은 "우리 재정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복지 공약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3년 만에 기스가 날 것"이라며 "한 번 기스가 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계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480조원, GDP 대비 부채비율은 36%다. 여기에 공공기관 부채 520조원, 지자체 부채 18조원, 지방 공기업 부채 52조원까지 합치면 전체 부채비율은 80%를 넘어선다. 통상 위험경계선인 6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소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는다.
리더를 잘못 만난 국가가 순식간에 망가진 사례는 수두룩하다. 우리나라도 김영삼 대통령 마지막 해에 눈뜬 채 외환위기를 맞지 않았는가.
이런 면에서 박 대통령이 최근 국가부채, 공기업 부채, 지자체 부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찾으라고 지시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박 대통령이 이 정도로 감을 잡았으면 이제 현오석 부총리가 혼신을 다해 움직일 때다. 경제 활성화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더 치열하게 뛰어야 한다.
또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집행되는지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표류하고 있는 재정준칙(fiscal rulesㆍ재정적자 비율이 GDP 대비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정해서 관리)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이 이 준칙으로 탄탄한 재정을 갖췄고, 이를 무시했던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은 예외없이 망가졌던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특히 현 부총리는 자리를 걸고 고해성사를 할 시점이 됐다. 2주에 한 번씩 보고할 때 박 대통령 지시만 적어오지 말고, 재정위기 가능성에 대해 각을 잡고 제대로 보고해야 한다. 내년 성장률 3.9% 전망의 한계, 세금이 적게 걷히면서 재정 상황이 더 빨리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이실직고해야 한다.
아울러 복지공약 정비가 필요하고, 그대로 이행하려 하려면 증세해야 한다는 포인트도 빠트리지 않아야 한다.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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