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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회 파탄내는 `카더라` 통신
분노로 가득찬 피해자의 잘못된 증언으로 31세 청년이 강간범으로 수감되었다. 진범이 자백하면서 풀려나기는 했으나, 약혼녀와 직장 등 모든 것을 잃은 뒤였다. 억울함에 고통 받다가 35세 꽃다운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처럼 우리 기억 속에 저장된 허구의 정보는 죽음을 불러올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정보란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어 사회ㆍ경제적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자료를 말한다. 그런데 연일 대중매체, SNS, 인터넷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소식은 유용한 정보의 범주를 벗어난 사회적 공해가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등 인권과 공의와 정의를 빌미로 생성되고 널리 유포되는 허위 사실, 비방, 악플, 신상 털기 속에서 우리 사회는 병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더 자극적인 정보로 가득한 각종 `카더라` 통신이 고급 정보로 등극하기까지 한다. 우리 기억의 허구성은 높아져 가고 판단능력은 마비되어 가고 있다.
악의적 고소ㆍ고발과 거짓 증언이 남발하고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이 생활화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이혼소송 과정에서도 여성 유명인들이 대중의 지나친 관심과 호기심에 지쳐서 일터에서 하차하는 사례를 수없이 본다. 수사기관이 조사를 시작하거나 검찰에 고발되기만 해도 기업은 주가 급락과 차입금 상환 압력에 시달리고, 개인은 생명과 같은 명예가 실추되어 사퇴 종용이 이어지기도 한다. 인터넷상에서는 익명이란 방패를 가진 용사에게 `아니면 말고`라는 공격을 당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무죄추정 원칙을 대체한 유죄추정 원칙에 따른 대중의 판결이 난무한다. 너무나 억울해서 책임을 묻고 싶지만, 보상이 턱없이 적다. 게다가 덕이 없는 매몰찬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는 기억에서 지워지길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 내 비방과 흑색선전은 점입가경이다. 애국을 하겠다며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국적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시달리다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적하며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사퇴했다. 한 여성 서울시장 후보에게 제기되었던 1억원 피부과 진료가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지만 이미 선거는 끝난 후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목적을 달성하자는 신조가 확산되고 있다.
까마귀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백로도 까매져야 하는 것이 현실인가 보다. 완벽한 학벌과 경력, 인격을 갖췄던 리더들도 정치권에 들어가면 당리당략에 따른 폭로와 진실 공방에 앞장서며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NLL, 국정원 댓글, 전공노 댓글 등으로 이어지는 여야 간 공격과 반격 속에서 국민은 진위를 파악할 능력과 의지를 잃어버리며 지쳐가고 있다. 인권을 보호하고 공정해야 할 국가시스템과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단다. 가장 중요한 이유가 사회ㆍ정치적 불안이라고 한다. 국민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과 불신을 신뢰로 바꿔야 한다. 신뢰는 시장경제의 원동력이고,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열쇠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합의된 원칙에 따라 공정히 경쟁을 하며 서로 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신뢰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언론인과 법조인이 성직자와 같은 자세로 앞장서고 온 국민이 합력하여 대한민국이 신뢰사회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김성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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