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은 863만여 가구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내 집 마련'을 위해 한평생 발버둥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수 공동주택은 국민의 '전(全)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우리는 매월 평균 ㎡당 650원 정도 관리비를 내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1년에 12조원이 넘는 큰 규모다. 그런데 국민의 절반이 다달이 꼬박꼬박 부담하고 있는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대다수 국민이 일상생활에 쫓겨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 몇몇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이 공동주택 관리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동주택 관리 분야는 관리비의 누수, 불필요한 공사, 재활용품 매각 대금 탈루와 같은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앞으로 공동주택의 노후화로 시설물 보수의 중요성이 커지고,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진행되면 공동주택 관리의 인적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점들이 부각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공동주택 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위탁 관리 업체 선정 시 적격 심사제를 도입하고, 각종 공사와 물품 구입 및 매각 시 전자 입찰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법령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또 소수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사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 규약을 정할 때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 간선제를 허용하고 입주자대표회의 및 동대표 중임(重任)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일부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 아직 제대로 시행조차 못 하고 있다. 특히 특정 인사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중임 제한 규정은 기존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의 반대가 매우 심하고, 대다수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 참여에 무관심해 시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대다수 주민이 공동주택 관리에 관심이 없고, 생업에 쫓겨 입주자대표회의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세일 경우 세입자들은 관리 문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무관심을 틈타 아파트 관리 분야는 '공짜 점심'을 먹으려는 욕심으로 일반 서민의 팍팍한 가계를 갉아먹는 대표적 '민간 비리'의 현장이 돼 버렸다.

공동주택 관리 제도 개선의 첫 출발점은 공동주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주민의 관심을 늘리고 참여가 확대되는 것이어야 한다. 또 이를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의 역할도 커져야 한다. 이런 기반 위에서 공동주택 관리 및 운영 전반의 투명성과 합리성 그리고 전문성을 높여갈 수 있다. 예컨대 전자 입찰제를 통한 공사 발주와 계약, 공개 입찰제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 재활용품 판매비, 광고물 부착비, 주차장 운영비 등 각종 잡수입의 통합 관리를 통해 관리비를 낮춰야 한다. 관리소장을 임용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강화해 공동주택관리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도 시급하다.

공동주택은 오늘날 우리 삶의 한 단면이고, 주민의 참여를 전제로 성립하는 민주화의 가장 기본적 단위다. 공동주택 관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적 민주화 실현은 요원할 것이다. 주민 참여를 통해 살기 좋은 우리 마을을 만들고 관리비를 절감해 가계부의 주름살을 펴기 위해 공동주택 관리 전반의 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