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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正答보다 색다른 誤答 요구… 히브리大, 이스라엘 혁신 이끌어
"뻔한 것은 싫어" 교수들, 남과 같은 정답보다 '자기 만의 오답' 반겨…학생때부터 혁신DNA 심어…
혁신의 아이콘 '이숨' 교수·학생에 창업 지원…여기서 독립한 벤처만 80개 지식재산권 7000개 보유…
방울 토마토도 개발…교수 2명이 개발…이숨, 매년 10억달러 벌어…
세계 2위 제약사 노바티스는 이숨의 라이선스 받아…알츠하이머病 치료제 개발…
화끈한 인센티브를 줘라…기술 상업화해 매출 발생하면 개발한 학생·교수에 40% 주고 40%는 학교, 20%는 연구비…
지난 4월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의 한 강의실. 이스라엘을 방문해 은사인 로버트 아우만(Aumann) 교수의 수업을 오랜만에 청강했다. 그는 '협조적 게임이론'으로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교수이다.
그의 수업 특징은 철저하게 학생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토론과 발표 도중 그가 학생들에게 늘 던지는 질문이 두 개 있다. "도대체 왜?(But why?)"와 "도대체 어떻게?(But how?)"가 그것이다.
이날도 그는 문제 하나를 던졌고, 학생들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찬성과 반대쪽에 서서 토론했다. 과거 필자도 수업 때마다 저돌적인 이스라엘 친구들의 맹공에 식은땀이 나기 일쑤였다.
그러던 차에 한 학생이 아우만 교수에게 질문을 했는데, 그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 질문은 답답하니까 하지 맙시다. 저는 학생들이 남들이 다 하는 뻔한 생각을 하는 걸 너무 싫어해요."
그는 학생들이 뻔한 대답이 나올 질문을 할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버릇이 있었다. 예전에 필자 역시 아우만 교수의 한숨을 자주 유발해 친구들이 킥킥거리며 웃곤 했다. 그는 정답과 달라도 항상 상식 밖의 질문을 반기고, 정답이어도 상식 수준의 질문엔 질색한다.
같은 동네 이웃이기도 했던 아우만 교수는 길게 기른 흰 수염을 휘날리며 허름한 셔츠에 낡은 구두 차림으로 동네 산책을 자주 했다. 과일 가게에서 만나면 나에게 한국인 친구라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그에게 질문하려면 정말 머리를 쥐어짜 내야 했다. 당시 전 수강생의 40%가 F를 받았음에도 그의 수업은 항상 학생들로 넘쳐났다.
◇방울 토마토,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아우만 교수처럼 '다른 생각'에 집착하는 교수들은 히브리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루살렘 감람산에 있어 연중 뜨거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이곳의 교수들은 끊임없이 "도대체 왜?"라고 물으며 학생들을 괴롭힌다. '당연한 생각'을 싫어하는 히브리대는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숨은 비밀 병기다. 히브리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포함해 노벨상 수상자 8명과 총리를 4명 배출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이곳 교수 중에 순수 학문 연구만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스스로 창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교수들이 더 많다.
텔아비브의 생명의료 콘퍼런스에 마련된 이숨 전시 부스.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기술이전센터‘이숨(Yissum)’은 이 대학 학생이나 교수진이 개발한 혁신 기술을 발전시키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다. 대학 연구실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들이 사장되지 않고 빛을 볼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숨을 통해 독립한 벤처 기업만 80개에 이른다. 사진은 텔아비브의 생명의료 콘퍼런스에 마련된 이숨 전시 부스. / 이숨 공식 사이트
히브리대학의 혁신 아이콘은 기술이전센터인 '이숨(Yissum)'이란 곳이다. 히브리대 교수와 학생이 창업하면 자본을 출자해 자금을 지원하고, 상업화를 할 수 있도록 경영 지원을 해주는 회사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start-up) 인큐베이터와 R&D센터 개념이 융합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한 기업이 매출을 올리면 이숨사는 일부분을 수익으로 거둔다. 지금까지 여기서 독립(spin off)한 벤처회사만 80개에 달한다. 농업·화학·클린테크·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이 이뤄지며 매년 40~50건의 특허를 출원한다.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방울토마토의 지식재산권도 이숨이 소유하고 있다. 방울토마토를 처음 개발한 나훔 케달(Kedal), 하임 라비노비치(Ravinovitch) 두 교수는 이스라엘 시겐타(Syngenta)와 미국 몬산토(Monsanto)와 합작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만 이숨은 연간 10억달러를 번다.
다국적기업들은 히브리대의 지식재산권을 라이선싱해 자신들의 먹거리로 만들고 있다. 세계 2위 제약사 노바티스는 이숨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엑셀론(Exelon)을 개발해 연간 10억달러 매출을 올린다. 최근 인기를 얻은 전·후방 감시 시스템 '모바일 아이(mobile eye)' 역시 이숨이 상용화한 아이템이다. 이숨은 현재 지식재산권 7000여개와 발명특허 2000건을 보유하고 있다.
◇ 혁신의 대가를 지불하라........................................................................
이숨의 특징은 혁신에 확실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이다. 기술을 개발한 교수나 학생에게 반드시 합리적인 보상을 한다. 기술을 상업화해 매출이 발생하면 대학은 가장 먼저 로열티(royalty)의 40%는 개발자에게 주고, 나머지 40%는 학교가 가지며, 나머지 20%는 반드시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쓴다.
필자가 최근 히브리대를 방문했을 때 메나헴 벤사손 히브리대 총장에게 히브리대의 주된 성공 요인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남이 얘기해 주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 있어요. 같은 책을 보더라도 이렇게 묻는 거죠. '어제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했나?'라고 말입니다."
히브리대 교수들은 늘 "다른 사람에게 없는 너만의 생각을 가지라"고 가르친다.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지혜를 만들어 혁신하고, 그에 대해 화끈하게 대가를 지불하는 히브리대는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가장 큰 열쇠이다.
[이원재의 '이스라엘 이야기'] 에서.............
요즈마그룹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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