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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엔지니어 출신 첫 CEO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내 경영 제1 화두는 사람 그리고 현장
공장장 시절 스쿠터로 60만평 공장 매일 돌아
"기능장이 돼라 10가지가 좋아진다" 직원들 공부 독려
셰일가스 생각땐 잠안와 방향족 제품으로 승부수
"우리 큰형님 잘 좀 부탁드립니다." 2010년 12월 손석원 삼성토탈 대산공장 공장장이 사장에 임명됐을 때 공장 사람들은 서울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 사장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공장이 들어서던 1988년부터 꼬박 23년을 이곳에서 살았고 공장장으로만 8년을 근무했다. 경주에서 나고 부산에서 중ㆍ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그는 만인이 인정하는`서산 사람`이다. 사장이 되고 나서도 다시 돌아갈 생각에 서산 집을 팔지 않았다. 지금은 잠실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중 맏형 격에 해당하는 삼성토탈의 경영 모토는 `형-아우 정신`이다. 이 촌티 물씬한, 삼성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뵈는 사풍은 100% 손 사장 본인의 캐릭터에 연유한다.
공장장 시절 그는 스쿠터를 타고 60만평 공장을 매일같이 돌았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눈에 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중에는 소리와 냄새만으로 공장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경지에 올랐다. 그의 레이더망은 누가 누구랑 연애를 하고, 누구 집 아이가 중간고사에서 몇 등을 했다는 얘기에까지 뻗쳤다. 그런 그를 직원들은 큰형님처럼 대했고 사장이 된 지금도 나이 지긋한 협력업체 직원들은 사석에서 그를 `형님`이라 부른다.
큰형 리더십은 직원들의 학습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1990년대 후반 공장에서 이런저런 안전사고가 터졌다. 그가 볼 때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이 문제였다. 손 사장 주도로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ㆍ전사적 생산보전 활동)운동이 펼쳐졌다. 분임조를 짜고 조별 개선과제를 정한 뒤 집중적인 스터디에 들어갔다. 안전관리, 공정개선, 에너지절약에 이르기까지 여러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이렇게 4~5년을 하고 나니 사고가 확 줄었다.
1997년에 시작된 TPM운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혁신 활동이 16년간 지속되려면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한다. "매슬로의 5단계 욕구이론에서 네 번째가 인정 욕구이고 다섯 번째가 자아실현 욕구입니다. 4, 5단계 욕구가 충족될 때 마음이 움직이죠."
삼성토탈은 국가기능장 자격증을 3개 이상 취득한 직원에게 `기능마스터` 호칭을 헌정한다. 그 영예는 굉장하다.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헌정식을 열고 기념 식수를 한다. 나무 아래엔 기능마스터 동판과 가족사진이 세워지며 순금배지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지금까지 25명의 기능마스터가 배출됐다. 대산공장 초입에 있는 `기능마스터의 거리`는 이들이 심은 팽나무로 조성된 것이다.
손 사장은 "기능장이 되면 10가지가 좋아진다"는 말로 직원들의 공부를 독려했다. △아버지가 공부하면 자녀들도 따라 공부한다 △가장의 권위가 선다 △업무 이해가 높아져 사고위험이 준다 △살림에 도움이 된다(기능장 수당) △진급이 빨라진다 △정년퇴임 후 제2직장을 구할 때 훌륭한 이력이 된다 등이다. 실제 정년을 몇 년 앞두고도 기능장 시험을 준비하는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
위험물질을 다루는 화학공장에서 안전은 절대 가치다. 보통 안전예방의 키워드로 Engineering(설계), Equipment(설비), Education(교육), Enforcement(관리) 등 4E가 자주 인용된다. 손 사장은 여기에 Evaluation(평가)과 Emotion(감성)을 추가했다. "특히 감성관리가 중요합니다. 현장 운전원은 늘 긴장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집안에 걱정이 있고 상사와 갈등이 있으면 이게 무너집니다."
삼성토탈은 2003년 이후 직원 인사관리 기능을 인사팀에서 해당 부서장에게로 대폭 이관했다. 직원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팀장이 재량껏 인력을 운용하라는 취지다. 삼성토탈의 안전관리 능력은 국제안전등급시스템(ISRS) 평가에서 전 세계 2000개 공장 중 최상위 1%에 포함됐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지난해 삼성토탈은 매출 7조2440억원을 기록했다. 손 사장 취임 후 30% 이상 늘었다. 그러나 손 사장은 "셰일가스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북미산 셰일가스에서 추출되는 저원가 에탄은 북미 화학업체의 경쟁력을 급속히 회복시키는 중이다.
국내 업체에는 중동산 범용제품 생산 확대, 중국의 자급률 증가와 더불어 3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에틸렌 계열 저부가가치 제품으로 살아갈 날이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기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차별화 또는 셰일가스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방향족 계열 제품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삼성토탈은 이미 5~6년 전 방향을 선회해 현재 제2 방향족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5년에는 매출이 현재의 2배인 14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 손 사장은 자신했다.
그는 질박한 말을 썼고 손이 농부처럼 두꺼웠다. 인터뷰 후 함께한 점심 자리에선 밥 먹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기자의 눈에는 영락없는 `촌사람`으로 보였다.
■ He is…
△1953년 경주 △부산고, 서울대 화공과 △삼성석유화학 입사 △삼성종합화학 기술담당 이사 △삼성토탈 대산공장 공장장 △삼성토탈 대표이사 사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화학공학회 회장
매일경제 [노원명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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