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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ㆍ작성일	2012-11-0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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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포스코를 멍들게 했나
포스코가 계열사 소유로 돼 있는 국내외 백화점과 쇼핑몰 세 곳을 매각하기로 했다. 계열사 지분 매각과 통폐합을 통해 계열사 수를 20여개 줄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철강과 소재(素材) 등 핵심 사업 위주로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8195억원으로 2분기보다 23%나 줄었다. 신용평가 회사 S&P는 최근 포스코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세계 철강 업계는 공급 과잉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로 업계 재편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건설·조선 경기 후퇴와 맞물려 있어 나빠진 수지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포스코 경영 악화와 경영 리더십 혼란 원인을 세계 경기 변동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안팎에서 포스코가 멍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실세들은 경영진 인선에서 경영 방향까지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사사건건 개입했다. 지난 2009년 초 이구택 전(前)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고, 후임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들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자기들 마음대로 판을 짰다. 실세로 꼽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회장 후보들을 한 사람씩 개별 면담하고 사실상 후임을 지명하다시피 했다. 대통령 형님 지역구 출신으로 포스코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대표가 포스코 회장 후보 면담 자리에 배석한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다. 세계 최고 철강 업체 최고경영자를 무슨 지방 공기업 사장 뽑듯 했으니 경영이 제대로 됐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정도였다.

포스코 계열사는 2008년 31개에서 최근 70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 중 29개사가 지난해 2055억원을 적자 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 기업이 재벌 그룹을 방불케하는 문어발 경영을 하다 곤경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포스코가 지난 4년 동안 기업 인수에 쏟아부은 돈은 5조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을 비싼 값에 사들였고, 철강 회사와는 맞지 않는 백화점·쇼핑몰까지 손을 댔다.

정부는 포스코 주식을 한 주(株)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국 경제 근대화의 상징이자 많은 국민이 국민의 기업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포스코 경영에 개입해 회사를 위험한 벼랑으로 내몬 책임을 져야 한다. 포스코 경영진 역시 권력에 휘둘리고 재벌 흉내 내기로 회사를 멍들게 한 책임을 통감(痛感)해야 한다. 계열사 몇 개 팔고 끝낼 게 아니라 이참에 환부(患部)를 도려내 포스코를 정상화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2012.10.31 조선일보 사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