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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를 몰락시킨 건 '하찮은 등자'…유목민의 끊임없는 고민이 낳은 발명품
필자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중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을 백미로 꼽는다. 현재 유럽의 밑그림을 그린 카이사르의 일생은 장중하고 박진감 넘친다. 백마 타고 갈리아를 누비다 마침내 루비콘 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쳤던 카이사르로부터 제국의 입지를 굳힌 로마군단이 400여년 후 고트족과 한 판 전투를 치른다. 로마군단이 보기에 ‘미개인 고트족’은 싸움거리도 아니라고 생각했었겠지만 결과는 로마의 참패, 유럽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로마 참패의 원인은 ‘하찮은 등자’였다. 로마군은 바로 그것, ‘등자’를 몰랐다.
등자는 안장에서 밑으로 내려뜨린 발걸이다. 등자에 발을 건 고트족 기병과 등자 없이 양쪽 발을 말의 배에 찰싹 붙이고 싸우는 로마 기병의 전투력은 안 봐도 뻔하다. 등자에 의한 세계사의 용틀임은 이후 칭기즈칸의 몽골제국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무게 600g 정도, 디자인이나 제조기술마저 특별할 게 없는 이 ‘등자’가 세계사를 뒤흔든 주요 발명품으로 대우를 받는다. 아시아 유목민족이 기원전에 사용했던 등자를 선진국(?) 로마는 왜 몰랐을까. 그건 말을 타고 사시사철 초원을 떠도는 유목민의 일상과 관련 깊어 보인다. 그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말을 타는 방법을 찾으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입장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바야흐로 창의력의 시대라고 한다. ‘창의성의 표본 스티브 잡스’ 이후 그런 추세는 더욱 맹렬해졌다. 대학 입시요강마다 ‘창의적 인재를 뽑는다’는 문구가 약방의 감초다. ‘스펙보다 창의적 인재가 먼저’라는 기업의 채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창의력’의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측정과 평가도 당연히 어렵다. 그럼 어떻게 사람의 창의력을 측정할 수 있을까. 필자는 창의력이란 ‘끝없는 문제의식, 지속적인 관찰과 대안에 대한 실행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등자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듯이 창의력 또한 지속적인 관심과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고통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운’이라는 것도 그런 과정 속에서 신이 선사하는 선물이다.
필자 역시 1980년대 초, 대리점들의 실적을 관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월 여러 변수들을 적용해 목표를 산정하며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체계적인 고객관리 방안을 찾으려 노력했는데, 이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멤버십 카드’다.
하지만 당시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했다. 잠시 아이디어 실행을 보류해야만 했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릴 것만 같았던 ‘멤버십 카드’는 9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의 IT산업 육성 정책으로 급속도로 인프라가 확충되며 전기를 맞는다. 마침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정유사 차원의 멤버십 제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이자, 지금은 국내기업들에 일반화된 ‘멤버십 카드’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문종훈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jhm@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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