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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요즘 경제민주화 법안의 하나로 하도급 거래와 관련해 대기업의 부당 감액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찬반 논란이 활발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악의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실손해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원전 1750년께 함무라비 법전에도 배수적 손해배상 등 유사한 개념이 있었다. 근대 들어 그 효시는 1760년대 영국에서 공무원들의 악의적인 불법행위가 잇따르자 재발 방지를 위해 징벌적 배상을 인정한 법원 판결, 이른바 `북 브리튼 사건 판결(Northern Britain Case)`이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영국 미국 등 영미법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응징과 억제를 위해 민사재판 배심원에 의해 부과되는 사적 벌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도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한 유명한 사례는 맥도널드 사건이다. 할머니가 49센트에 구입한 뜨거운 커피에 화상을 입어 치료비가 1만여 달러나 나온 사안에 대해 배심원은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270만달러를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개념이 없었다. 다만 그간 입찰 담합 등과 같은 독점규제법 위반 사안 등에 일부 제한적으로 이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제도를 확대 도입할 것인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다.
찬성론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형사법과 민사법 사이에 존재하는 고의나 악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과 억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보조적인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실손해액에 대한 배상이라는 법원칙을 채택하고 있어 환경 또는 인권 침해 등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그 실제 손해를 입증하기 어려웠다. 그 손해배상액 역시 지나치게 소액이어서 많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따라서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이런 문제는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악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민사적으로 많은 손해배상금을 배상받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형사적보다는 민사적으로 분쟁 해결을 유도하는 장점도 있다. 불법행위의 구체적인 행태, 즉 악의성 등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을수록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 금액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제도는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순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면 소송이 지나치게 빈번해지고, 나아가 배상금이 너무 과도하게 부과되는 등 그 폐해가 클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수치로 손해배상청구소송 건수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는 모르나 이 제도가 가지는 억제 기능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즉 과중한 손해배상금의 부담으로 인해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순기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과도한 배상금에 대한 염려 역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법률 규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을 실손해액 대비 일정한 배수 한도 이내 금액으로 설정하는 방법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사회적 약자가 소송을 통해 상당히 만족할 만한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또한 그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연구도 비교적 상당히 진전돼 왔으며 나아가 제도 도입 필요성을 긍정하는 견해 역시 증가하는 추세로 보인다. 차제에 이 제도를 적극 검토해 우리 문화에 잘 맞는 경쟁력 있는 제도로 정착시키길 기대해 본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ㆍKAIST 겸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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