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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FRS `영업이익` 명확해야
코스닥 기업 가운데 41곳이 영업이익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도록 한 국제회계기준(IFRS)의 허점을 이용해 영업이익을 조작, 사실상의 적자기업을 흑자로 전환시켜 퇴출을 면하게 됐다고 한다.
영업이익을 자의로 조작해 퇴출을 면했다면 당연히 영업이익 계산방식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영업이익은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향후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익으로 간주돼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전에는 손익계산서상에 영업이익은 물론 경상이익, 법인세차감전이익, 당기순이익 등 여러 이익을 표시하도록 했었다. 이들 이익 중, 기업가치 평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의 주요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다.
영업이익은 그 기업에 큰 변화가 없는 한 계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이익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기업가치평가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기존의 우리나라 회계기준에서는 손익계산서에 영업이익의 표시를 의무화했다. 국제회계기준도 영업이익이 갖는 중요한 의미에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기준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규정에 의해 획일적으로 계산 표시하게 하면 오히려 기업의 영업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왜곡현상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마다 이익창출 특성이 다르고, 경쟁 등 환경도 다른데 이를 일률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영업이익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영업이익을 계산하는 과정에 대손충당금 환입이 들어가야 옳은지, 배당금수익이 들어가야 옳은지, 통화선도거래이익 등이 포함돼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이익을 획일적으로 계산해 공시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재무회계지식이 없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영업이익의 공시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 대신 투자자들이 각자의 평가모형에 따라 영업이익을 계산할 수 있도록 기업정보를 충분히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의 접근방법은 효율적시장 가설을 넓게 포용하고 있는 영미계 국가들에는 큰 저항없이 받아들여진다. 효율적시장이란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에 그 기업에 관한 모든 정보가 효율적으로, 즉 빠른 속도로 반영돼 있는 시장을 말한다.
효율적시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자본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에 대해 밤낮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거래할 때 가능해진다. 이들은 각자 특유의 평가모형을 갖고 있어 입맛에 맞는 영업이익을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물론 그 같은 시장환경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 등 여러 국가들에서는 효율적시장 가정 하에서 투자자들의 임의적인 분석에 맡기는 국제회계기준이 비생산적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계산하고, 동종기업 간에 비교하도록 하는 작업을 투자자들에게 맡겨 각자 따로 중복 계산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영업이익계산방법을 기준으로 제정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단점도 있지만, 투자자 별로 영업이익 중복계산에 따른 사회적인 비용도 줄이고 기업 간에 비교를 쉽게 가능하도록 하는 큰 장점이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영미계의 국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진정 세계적인 회계기준이 되려면 영업이익 중복계산에 따른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려는 국가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과 관련한 이익 계산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정해 기업이 공시한 영업이익을 투자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을 상장퇴출의 잣대 중 하나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회계기준 제정 여부에 관계없이 영업이익 표시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주인기 < 연세대 회계학 교수 ijoo@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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