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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ㆍ작성일	2021-12-2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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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 융성을 위한 지도자상
국운이 융성한지 여부를 가늠할 기준이 있다. 국력이 튼실하여 안전이 보장되는가, 국민이 번영을 고루 누려 결속하는가, 국제사회를 위한 기여로 위상을 인정받는가의 여부다. 국운을 가를 국가상은 역사, 지리, 풍토의 산물이며 국가의 성쇠는 민의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쇠망의 출발은 지도자의 우둔이다. 그에게 비전과 지혜가 없어 국정이 활기를 잃고 제도와 도덕이 흔들려 국가가 사양길에 접어든다. 여기에 더해 스스로에 자신 없는 지도자가 소신형 인물을 꺼려 인사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민심은 이반하고 국가는 나락에 떨어진다.

나라의 가치는 지도자의 그것에 비례하나 국민은 좋고 나쁜 그릇을 미리 알기 어렵다. 우선적 자질로서 개성과 지성을 합친 주동성(主動性)을 가늠하지 못해서다. 해법은 국민 안목을 높이는 것뿐이다.

용인술도 그릇의 기준이다. 지도자는 인사를 잘해야 권위가 선다. 국가를 위한 기여에서 프랑스 사상 최고의 통치자라는 드골 대통령은 지도자는 부하가 헌신적일수록 거리를 두어야 한다며, 자기가 쏟은 애정만큼 대가를 바라 리더십의 생명인 공평무사를 해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자(管子)는 쉽게 말하며 눈앞의 공을 좇는 자보다 말을 아끼며 길게 본 이익을 찾는 자를 취하라고 했다. 고르는 만큼 쓰는 일도 중요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지도자는 고언을 들어도 괘념치 않는다고 믿게 해야 영합을 피한다고 했다.

국제위상은 국력을 국가의지가 뒷받침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력은 경제력, 핵무장, 유엔·EU 주역의 지위다. 국가의지는 드골이 시작한 것으로서 국운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외교다. 국가의지에는 국민 몫과 지도자 몫이 있다. 국민은 의식이 성숙해야 한다. 국제 정세를 냉철히 판단하고 국익을 위해 단결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국제 이슈를 선점하며 일관성과 행동력으로 국익을 지켜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대조는 모순적 현실에 대한 해법을 '자유+평등을 위한 변혁' vs '기강+성장을 위한 경쟁'에서 찾는 것이다. 그런데 19세기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이념에 '절대'란 없으며, 이념은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비스마르크는 처음에는 진보파로서 보통선거, 교육과 종교의 분리, 민족차별 금지를 택했다. 나중에는 보수파로서 좌파를 눌러 혁명을 막되 국민이 공감한 그들의 가치는 취했다. 사상 최초로 21세기에도 많은 나라가 못 이룬 수준의 복지를 보수가치(산업화)와 함께 구현했다. 장애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전략적 사고가 있어 가능했다.

외교를 위한 전제도 지도자의 전략적 사고다. 미래는 역사를 거울로 삼아 비춰 내다보는 것인데 동북아 국제관계는 질시가 지배하던 과거의 유럽을 닮아간다. 강대국이 축인 동맹 구조가 첨예하게 맞서고, 국민 통합을 위해 서로 부추긴 상대에의 반감이 맹목의 애국심이 되어 충돌한 재앙의 역사가 유럽 과거사다. 국제 정세는 객관적으로 읽어야 건전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가운데 실용적 국익을 좇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도자는 외교로 얻을 이익을 여론에 맞춰 판단하고 여론은 관념에 흘러 수명 긴 국익에 반하기 쉽다. 외교에 능한 국가의 정책에는 특징이 있다. 국민의지로 정한 목표에 유연성과 일관성을 담아, 길게 보며 포석하고 당장의 이익과 더 큰 잠재이익을 함께 추구한다. 국운이 융성하기 위한 지도자 몫의 책임이다.

[이주흠 전 외교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