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의 하트!
집 앞 운동장과 공동주택의 공간을 날이 새도록 뺑뺑이 도는 날들로 20대 초반까지 나뭇꾼인 다리 종아리에는 하트모양의 근육이 만들어 졌다.
초년시절의 단련이 아닌 중장년시절의 인고(忍苦)의 결과다.
그 얼마나 많은 날들을 큰 일이 아닌 작은 것들을 참아내기 위해 자신과의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였던가!
"민비를 닮아 너무 똑똑하다"는 자화자찬형의 팔순의 노인이 30여년 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드는 통에 그 아래에 살아 온 지천명의 딸이 세뇌가 돼버릴 정도로 반복된 자기만족형 발산의 경로,
그러다보니 그 사이에 낀 남자는 제 역할은커녕 오히려 바보가 됐다.
국민학교시절부터 쇠죽끓이는 불때기 역할을 한 시골아이가 형과 누나의 희생으로 고등학교까지를 어렵지 않게 했다.
하지만 자갈논뙈기를 팔아야 하는 목돈이 들어가는 대학에는 한계에 부닥쳤다. 목동이자 나무꾼이 귀가 따갑도록 종달새가 구슬피 우는 1980년대 어느 봄날 훌쩍 부모의 곁을 도망쳐버렸다.
그런 후 자신의 힘으로 경성에서 대학을 마치고 서른즈음에 장가를 든 나뭇꾼은 고향마실에서 중매로 알게 된 처녀와 만났다.
타고난 재산을 많이 타갔던 맏이는 지역의 고등학교를 마쳤으나 뭔지 모르는 것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바람에 맏이의 역할을 떠맡게 된 둘째는 오히려 머리가 더 좋았음에도 1940년대의 중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맏이가 떠난 뒷 자리는 땅뙈기 두마지기를 겨우 타고 난 둘째가 고스란이 지게됐다.
부모 부양에 박봉의 공무원인 남편은 때가 되면 지방전근으로 시부모와 4남매, 스무마지기가 된 농사를 고스란이 떠맡게 된 운명의 맏이 아닌 맏이 역할을 한 둘째,
다행이 2세들의 70~80년대 학업수준은 여느 시골마을 아이들에 비해 탁월했다.
그러했는지 애미의 고충이 누구 보다 심했음에 더 열심히 했는지 법학과 의학에서 탁월한 인재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자식들은 그러한 반면 딸자식은 "조선을 망치게 했다는 민비를 닮아 너무 똑똑치 않도록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말처럼 두 아들을 위해 딸들은 그리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혼인관 련련 가족의 정보가 그리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 나뭇꾼 출신의 직장인은 고향으로 잠시 발령을 받아 1988년 올림픽 이후 급관심의 대상이던 마케팅기획 부서에서 탁상공론이 아닌 실상을 학습하고자 낙향했다.
그런 얼마 후 만난 그,
클레이 학교운동장과 인공적 아파트트랙을 종아리에 하트모양이 만들어지도록 마냥 타원형의 크고 작은 광장을 돌며 주요 목표가 흐트러져 버렸다.
순박하기만 했지 어리석기 짝이없는 나뭇꾼은 여기에서 종을 쳐 버렸다. 노력과 시간의 가치를 자신의 것들만 주요하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인간들을 불여일견이라는 논리로 반박치 못한 어리석음의 결과가 돼 버렸다.
그러한 까닭에 30여년이 지난 2017년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아직도 트랙을 돌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있다.
재생산도 해보지 못한 홑자식 하나를 둔 채 1970년대 산골에서나 있을 법한 고독의 삶의 장소처럼 어처구니 없는, 남에게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곤경을 겪고 있다.
그러데도 참아내려고 어둠속에 버티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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