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 한강의 기적’ 선비정신에서 답을 찾자
서독이 세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자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한국 전쟁이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결과로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급기야 싱가포르, 중화민국, 홍콩과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네 마리의 용은 모두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서구의 학자들은 이러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유교권의 국민성에서 찾았다. 근면과 자기반성, 높은 교육열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모습은 ‘아시아적 가치’라는 용어로 불리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간주되었다. 물론 아시아적 가치가 모두 긍정적인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과 인정(人情)에 치우친 가치관이 간혹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80년대 후반부터 세계 경제가 침체하자 아시아의 고도성장에 대한 거품론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기적은 많은 국가로부터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으며, 하나의 성공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서구 학자들이 밝힌 바와 같이 아시아적 가치는 유교권의 국민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대한민국이 가장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높은 교육열에 있다. 과거 선비들이 독서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높은 교육열은 당연한 결과였다. 아울러 교육이 가장 큰 투자라는 것도 입증된 셈이다. 게다가 개인보다 공동의 이익을 중시하는 공동체 의식과 여타의 국가보다 근면한 생활자세 역시 선비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볼 때, 한강의 기적은 역사적 측면에서 선비정신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소위 잘 나가던 경제발전이 주춤하면서 하늘을 날던 용의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아시아적 가치는 결국 사라지고 없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주춤하고 있는 것인가?
세계 반부패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각국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14년도에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175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27위로 하위권에 해당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영예가 무색하게 만드는 이러한 객관적 수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으로 점차 진입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정신문화에 있어서는 아직도 개발도상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마저 든다.
선진국이란 단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이에 맞는 의식수준도 제고되어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을 의미한다. 물론 1인당 국민총생산(GNP)을 기준으로 선진국을 분류하지만 실제적으로 선진국이라는 개념 속에는 높은 문화수준과 국민의 의식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발전의 기본방향이 경제성장 중심에서 정신문화와의 동반 상승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30평대 아파트 소유, 2000cc 자동차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연중 해외여행 1회 등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1개 외국어를 능숙하게 할 것, 1개의 악기를 다룰 줄 알 것,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할 것 등을 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불의와 불평·불법에 대처할 것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로만 본다면, 한국의 현실이 낯부끄럽기까지 하다.
이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물질중심의 삶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정신문화의 발전을 도모하는 사회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이미 우리 선비들의 삶에서 그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비가 새는 누추한 집에서 살면서도 백성을 생각했던 황희 정승과 같은 청렴한 선비를 본받아 공직자의 청렴성이 지금 보다 좀 더 높아진다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저절로 제고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공직자의 모습은 결국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쳐 모든 국민들 역시 자신의 내면을 점차 성찰하게 됨으로써 바람직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가의 안정적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이처럼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개인의 안일보다는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며, 매사에 언행일치하고자 노력했던 우리 선비들의 삶에서 그 중요한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진성수 전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