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
|
|
기업 vs 정부, 탄소배출권 할당량 줄다리기
기업 54곳, 환경부 상대로 소송戰 돌입…
재계 "정부案 가혹, 산업경쟁력만 잠식" 정부 "기업들 과민반응"
油化업계 "최대 2~3% 감축 가능한데 15% 줄이라 해… 할당량 재산정해야"
목표 달성못하면 t당 3만원씩 과징금… 삼성전자, 3년간 최고 1500억 부담 예상
올해부터 시행된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50곳이 넘는 기업이 "할당량 산정이 잘못됐다"며 정부에 줄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부와 산업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둘러싼 마찰음이 나올 때는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정부에 반기(反旗)를 든 사례는 찾기 힘들다. 기업들은 "정부 방침이 너무 이상적이며 결국 산업 경쟁력만 갉아먹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경부에서는 "탄소배출제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다소 혼란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 제대로 안착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총 525개 업체에 2015∼2017년 3년치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했다. 할당된 배출권 중 남는 부분은 주식처럼 시장에서 팔 수 있고, 배출량 허용치를 초과하는 기업들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야 한다. 예를 들어 3년간 2000t을 할당받은 기업이 22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200t의 배출권을 사야 하고, 1500t을 배출했다면 남은 500t을 배출권 거래소에서 팔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배출권 시장가격은 t당 1만원. 시장에 나온 배출권 물량이 없어 구매를 하지 못하면 t당 3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석유화학업계, "정부 할당량은 가혹"
19일 현재 본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고려아연·영풍 등 비철금속업계 17개사, LG화학·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계 16개사, 동양시멘트 등 시멘트 5개사 등 총 54개사가 소송전에 참여 중이다. 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할당량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정도로 적다"고 주장한다.
배출권 거래제 소송낸 기업들 정리 표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1차 심리에서 석유화학업계 측 대리인은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기존 탄소가스 배출량에서 당장 15%를 줄여야 한다"며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할당한 것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배출권 할당량이 가혹하게 매겨지는 바람에 대부분 기업의 탄소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할 수밖에 없고 또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입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3년 이후에는 꼼짝없이 t당 3만원의 과징금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
10대 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의 한 임원은 "국내 기업의 에너지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더 줄이기 위해 아무리 추가 설비투자를 해도 연간 2~3% 감축이 최대치"라고 말했다. 결국 과징금을 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들도 소송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다국적 알루미늄 압연기업인 노벨리스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1~2년간 4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공장 증설을 단행했는데도 정부가 이를 감안해주지 않고 할당량을 배정하는 바람에 향후 3년간 배출권 구매에만 50억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지향 상무는 "본사에서 항상 한국과 중국의 경영 환경을 비교한다"면서 "본사가 앞으로는 한국보다 중국을 투자처로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도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 3년간(2015~17년) 516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 부족분(실제 배출량-할당 배출권)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족분을 시장에서 t당 1만원에 산다면 516억원이 들고, 시장에서 구입하지 못할 경우 t당 과징금 3만원씩 1500억원이 넘는 지출이 발생한다.
◇再산정해야 vs 소송에 적극 대응
재계에서는 "정부가 내세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再)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라며 "환경보호라는 명분도 좋지만 제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과 관련한 기업의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환경부 박륜민 기후변화대응과장은 "2005년 독일이 처음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했을 때에도 기업들이 40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재판에서 정부가 승소했다"면서 "오히려 기업들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제도로, 개별 기업에 매년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되 할당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온실가스 거래소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만일 할당량을 넘어선 기업이 배출권을 살 수 없으면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올 1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정부는 525개 기업에 할당량을 통보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