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하기 좋은 세상이란다. 입사시험도 치르지 않고 특정한 자격 요건도 갖출 필요가 없다. 그저 회사에 보증금을 얼마 정도 내면 아무나 기자를 할 수 있단다. 컴퓨터만 조금 다룰 줄 안다면 스스로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도 된다. 물론 이러한 사례는 대한민국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정당한 언론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각종 언론사 종사자들의 등쌀에 힘겨워 하는 기업이나 관공서 사람들이 하는 비아냥이다.

규모가 웬만한 자치단체는 출입기자만 100명을 넘을 정도로 각종 ‘기자’들의 발길이 넘쳐난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신문사는 1천800여개, 인터넷 매체는 6천여개로 알려졌다.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기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언론사’가 지천이다. 별다른 수익모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언론사가 늘어나다 보니 비교적 만만한 출입처로 꼽히는 공공기관과 기업체가 이들 기자들의 먹잇감이 된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는 식으로 실수나 탈법 행위를 기다리면 결국 한 번쯤은 그물망에 걸리게 된다. 아니면 ‘팩트’라는 알맹이 없이 ‘카더라’는 소문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겁을 주는 방식도 쓴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대부분 광고를 얻기 위한 행동이다. 상당수 기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무보수 명예직(?)’의 처지이기 때문에 수당의 근원이 되는 광고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부 기자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협박성 세과시와 이권개입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정보공개 청구라는 무기로 담당 공무원을 합법적으로 괴롭히는 수단도 동원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이다보니 언론의 자유가 심하게 핍박받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소리마저 나온다. 언론사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언론사에 벌칙을 주자는 방안도 대두되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러한 언론사는 보증금을 내고 들어온 ‘기자’만 잘라내고 받아들이는 구조를 유지하면 계속 살아남기 때문이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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