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도성장의 상징이자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로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곳이기에 충격파가 만만찮다. 삼성·LG 등 전자산업의 핵심인 모바일·디스플레이 대기업이 해외나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협력업체들이 함께 빠져나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내수 불황에다 후발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추동력을 상실한 것도 산단 하향세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미산단 수출액은 5년 전인 2013년 367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283억달러에 그쳤다.
한때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채 5%도 안되는 실정이다. 산단 내 2천192개 업체 중 전기·전자업체가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자제품 수출이 구미산단 전체 수출의 54%를 점유하고 있다.
산단 근로자수 감소추세도 쇠락을 방증한다. 2015년 10만2천명에 달했던 근로자(4대 보험 가입자 기준)수는 올해 6월말 현재 9만3천명으로 1만명 가까이 줄었다. 산단 내 상가 공실률은 43.5%로 전국 산단 중 가장 높다.
세계 경기흐름과 산업발전 변화에 따라 특정 도시마다 주력산업이 명멸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한때 철강산업 부문에서 세계 최강이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가 좋은 사례다. 한국이 배출한 프로야구 강타자 강정호 선수가 홈구장으로 뛰고 있는 그 피츠버그도 철강산업의 퇴조 후 각고의 노력 끝에 의료·생물공학·로봇공학·교육 도시로 거듭났다. 피츠버그 사례에서 주목할 것은 도시 재건의 주역이다. 지역 상공인과 카네기 멜론대 등 지역 대학이 민간 추진체를 결성해 협심하고, 주 정부가 각 요소를 제대로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기존 산업이 한계에 이르렀을 땐 과감히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대기업 의존 구조는 그 대기업이 타지로 빠져 나가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탄탄한 기술력과 전문 인력을 보유한 중견기업을 착근시켜야 한다. 구미산단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단 내 연매출액 500억원 이상 기업이 아직도 50여개나 된다. 이런 가능성이 있을 때 해당 기업에 신기술 개발자금을 지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지역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재생에너지든 미래형 항공 드론이든 구미지역 경제계 실정에 맞는 신성장 동력을 빨리 찾아서 민·관·정부가 힘을 함께 모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