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100리길의 울주군 두동면 대곡댐(1998)과 1965년에 축조한 범서읍 사연댐 주변에도 주희의 구곡가를 빌려와 이 곳에 어울리는 구곡가(九曲歌)를 조선 후기에 최남복, 「백련구곡도가(白蓮九曲櫂歌)」, 송찬규 ｢반계구곡음(磻溪九曲吟)｣  및 가사와 지은이가 알려지지 않고 바위에 표시만 있는 것까지 3개의 구곡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는 울산.울주의 구곡가사는 태화강100리길 그 어디에도 없다. 단지 암각화와 같은 바위에 새겨진 문화처럼 대곡박물관에 박제된 전시문 뿐이다.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3D등으로 죽은 문화조차도 현실에 살아있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만드는  과학기술도시이면서도 살아있는 사람들과 호흡마저 단절시키고 있다. 

이 구곡문화를 스토리텔링화 후 걷기와 숲 속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는커녕 이들이 그 풍경과 당시의 학자와 관료들이 누리던 가치와 풍광에 대해 현재의 내외부 관광객들에게도 제공하고자 하는 생각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울산광역시 관광과와 울주군청 관광부서 등에서 확인을 했다.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의 관광산업은 아직도 1970~80년대 개발주의 산업화 시대의 시멘트 철근콘크리트, 아스팔트 문화에만 매몰되어 있는 듯 드라이버 스루의 빨리빨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의 산업, 제조업은 이미 1990년대 경공업과 2006년경을 고비로 철강, 조선에 이어 자동차와 중화학, 2010년대들어 스마트폰, 반도체 등 최첨단산업마저 경쟁력이 없어 공장들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해외로 달아나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여기에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에 따른 인건비 및 각종 경비의 상승은 제조업의 해외탈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더군다나 이 나라 전체가 초고령화로 씀씀이는 줄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자리가 사라져 간 지 이미 30여년여가 지나며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까지 일자리가 없어 지역과 국가의 침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데도 지방은 물론 중앙정부마저 아직도 국민과 산업, 경제의 라이프싸이클(Life Cycle)을 반영치 못하고 외화내빈, 허장성세의 거품만 가득하게 포퓰리즘의 극치로 치닫고 있는 현실정치 행태가 관광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웃의 4대강대국과 신흥국들은 없는 자원도 있는 것처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외화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울산광역시는 물론 각 지자체들이 수백년에서 수천년 된, 있는 자원조차도 산업화로 만들지 못하고 숲과 산, 물속에 처박아 방치하고 있다.

이에 영남뉴스는 지난 2019년 7월 9개의 서원이 세계문화유산(UNESCO)에 등재된 것과 관련한 대한민국의 서원, 문화 관광자원들을 찾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

비록 울산지역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서원은 아니더라도 숲 속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서원을 비롯해 원효, 포은 정몽주, 회재 이언적, 겸재 정선 등이 등장하는 반구대, 사연댐에서 대곡댐의 수몰된 곳에 숨겨져 있는 구곡과 그 주변의 풍광을 음미하며 조선의 선비들이 쓴 구곡가를 아래에 소개했다. 

일부 물에 잠겨져 있는 반계구곡과 백련구곡을 비롯해 현재 대곡박물관 360도 벽면에 있는 선유대에서 사연댐, 두동면과 두서면에 걸쳐있는 대곡댐까지 BC3500~BC7000년까지의 암각화와 각석이 있다.

또 신라시대 원효가 머물렀다는 반고사지 및 장천사, 천전리 방리 사지 등 청동기, 철기,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박물관이 잠자고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태화강100리 둘레길, 먹거리까지 만들어 하루 이틀 숙박을 하며 풍광과 풍류를 즐길거리를 만들어 관광지의 주민들에게 쓰레기만 남긴다는 오명이 아닌 체류형 관광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최남복(1759~1814), 「백련구곡도가(白蓮九曲櫂歌)」
무진년(1808년, 순조 8) 가을 칠월 열엿샛날에 풀섶으로 떼를 엮어 태을담(太乙潭)에 띄우고 아이들에게 <어부사(漁父詞)>를 이어 부르도록 하였다. 소용돌이치는 물을 거슬러 굽어드니 아득히 생각나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탄식이 있었다. 

손을 씻고 주자(朱子)의 ｢무이도가｣ 시에 차운해서 스스로 흥을 풀고, 또 함께 노닐던 여러 군자들에게 받들어 고 했다.(戊辰秋七月旣望 縳草爲筏泛于太乙潭 使兒輩聯唱漁父詞 溯洄宛轉 逈有懷人不見之歎 盥手次武夷櫂歌韻以自遣 且以奉告同遊諸君子)

연꽃의 상서로운 빛깔에는 신령함이 숨겨져 있고
그 속에 건곤(乾坤)이 있어 만상(萬象)이 깨끗하네.
홀로 고깃배에 기대어 노를 치며 노래하니
천년 동안 전해지는 푸른 물가를 거슬러 오르는 소리라네.
蓮華瑞色秘神靈 中有乾坤萬象淸
獨倚漁舟歌扣枻 滄洲千載溯遺聲

일곡(一曲)은 층대(層臺)인데 그림 배가 겹쳐 있고
금빛 노을과 옥 같은 이슬이 갠 시내에 방울지네.
국사봉(國師峯)은 보이지 않고 높은 방아가 남았는데
천둥 그친 맑은 하늘에 붉은 연기가 일어나네.
一曲層臺疊畵船 金霞玉露滴晴川
國師不見留雲碓 雷薄晴空起紫烟

이곡(二曲)은 침계루(枕溪樓)인데 자하봉(紫霞峯)을 받아들이고
오랜 시간 절을 하니 그 얼굴이 우뚝하네.
도인道人과 선사(禪師)는 잠 못 들고 향을 사르고 앉으니
맑은 풍경소리 속에 수풀이 만 겹이네.
二曲溪樓納紫峯 長時拱揖偃蹇容
道禪不寐焚香坐 淸磬聲中樹萬重

삼곡(三曲)은 달리는 물이니 배 뒤집힘을 경계하는데
푸르고 서늘한 바위에 앉으니 하루가 일년(一年)인 듯하네.
은사를 초대하는 글을 짓고 나니 앞길이 혼미하고
세속에 홀로 서니 뜻이 가련하네.
三曲奔流戒覆船 蒼凉坐石日如年
賦成招隱迷前路 獨立風埃意可憐

사곡(四曲)은 용천(龍泉)에 있는 만 길의 바위인데
이끼와 철쭉이 엉클어지고 늘어져 비치네.
신선이 신비한 금빛 속에 엄연하게 앉으니
밤기운은 헛되이 달빛 비친 못에 환하네.
四曲龍泉萬丈巖 蘚莓躑躅映鬆毿
仙人儼坐金光秘 夜氣虛明月一潭

오곡(五曲)은 높다란 바위굴로 형세가 매우 깊숙한데
서재가 우뚝하게 성근 숲에 걸려 있네.
그 속의 참된 즐거움을 누가 알리요?
석 자의 거문고는 태고의 마음을 머금었네.
五曲雲扃勢轉深 書巢落落掛疎林
箇中眞樂人誰識 三尺琴含太古心

육곡(六曲)은 쇠잔한 암자로 푸른 물굽이에 싸였는데
새벽종 소리가 덩굴풀 더미에서 울려 나오네.
감히 깨우치고 살펴 참으로 잘 깨달았다고 말하리요?
다만 내 마음이 잠시도 한가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네.
六曲殘庵繞碧灣 曉鍾鳴出薜蘿關
敢言警省眞工悟 只愧吾心不暫閒

칠곡(七曲)은 이어진 산줄기로 바위가 여울에 삐죽한데
창룡(蒼龍)이 서린 모습을 물속에서 보네.
어찌하여 인간 세상에 비를 일으키지 않고
한 해가 다 가도록 무심히 푸르고 차가운 속에 누웠는가?
七曲蜿蜿石出灘 蒼龍隱映水中看
胡爲不作人間雨 竟歲無心臥碧寒

팔곡(八曲)은 바위 언덕으로 잡초 길이 열려 있는데
이슬 꽃 피는 시절에는 나그네가 다시 돌아오네.
물의 근원 다한 곳에 다시 뽕과 삼이 엉킨 들판 펼쳐지니
도리어 가을바람이 비를 몰아올까 두렵네.
八曲巖阿草逕開 露花時節客重回
窮源更得桑麻野 卻怕西風送雨來

구곡(九曲)은 소요(逍遙)라고 하는 가파른 절벽인데
널따랗고 평평한 언덕이 긴 시내를 기르고 있네.
맑고 빈 보배로운 거울이라서 속물에 걸림이 없으니
구름 그림자와 별빛이 한 하늘에 함께 있네.
九曲逍遙壁嶄然 平坡浩浩畜長川
淸虛寶鑑無塵累 雲影星光共一天 (번역 : 울산대학교 성범중 교수)



송찬규(1838~1910) ｢반계구곡음(磻溪九曲吟)｣     

선생께서 헌양(巘陽, 언양)에 유배되어 오시니
반구대 아래에는 반계의 아홉 굽이가 기다랗다네.
몇 번이나 물줄기를 따라서 찾아 이르러
거문고를 연주하며 두어 장을 노래하였던가?
先生謫宰巘之陽 臺下磻溪九曲長
幾度沿流尋到得 琴歌彈出兩三章

일곡(一曲)은 시내가 깊어 곡연(曲淵)을 거슬러 오르는데
남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와서 북으로 흐르는 시내와 만나네.
징검다리는 들쭉날쭉하고 바위는 연기에 싸여 있으니
누가 물이 발원하는 곳에 별천지(別天地)가 있음을 알리요?
一曲溪深泝曲淵 南流來會北流川
石矼錯落岩烟鎖 誰識源頭別有天

이곡(二曲)은 기이한 바위이니 백옥(白玉)을 간 듯한데
높은 곳의 꽃은 웃음을 머금고 고움을 자랑하며 비치네.
저녁바람이 불기를 그치고 가벼운 구름이 흩어지니
물외(物外)에 푸른빛이 떨어지는 봄 산이 높네.
二曲奇岩白玉磨 危花含笑暎夸娥
晩風吹斷輕雲散 物外春山滴翠峩

삼곡(三曲)은 무성한 숲을 지나 구불구불 도는 곳이니
가는 말을 멈추고 푸른 개울가에서 오래 동안 머무네.
문득 두려운 살모사 같은 속세의 일을 안타까워하면서
머무는 차가운 못에 또 마음을 비추네.
三曲盤旋度茂林 征驂久駐碧溪潯
却憐喧虺塵中事 留取寒潭更照心

사곡(四曲)은 동구(洞口)에 아지랑이 끼고 충절을 숭상하는 곳인데
바위틈의 약수는 맛이 맑고 달콤하네.
연화산 한 줄기가 신령한 땅으로 통하니
옥정선원(玉井仙源)은 완연한 지남(指南)이 되네.
四曲崇忠洞口嵐 岩間藥水味淸甘
蓮花一脉通靈地 玉井仙源宛指南

오곡(五曲)은 세연(洗硯)이라는 이름이 흘러 전해지는데
선생께서는 당시에 맑은 물결을 즐겼으리.
바람을 쏘이며 마음에 기약한 일을 만나고 싶은데
<유수(流水)>와 <고산(高山)>은 만고불변(萬古不變)의 뜻이라네.
五曲遺傳洗硯名 先生當日玩漪淸
臨風欲會心期事 流水高山萬古情

육곡(六曲)은 옹태(甕台)를 둘러싼 층진 봉우리인데
하늘에 가득한 바람과 달빛이 물가에 내려오네.
한 해 봄의 풍광이 시내와 산속에 있으니
새들이 즐거워할 때에 꽃은 절로 피어나네.
六曲層峰繞甕台 滿天風月水邊來
一春光景溪山裡 禽鳥樂花自開

칠곡(七曲)은 멀리 깊숙한 대곡천이 바라보이는 곳인데
언덕 동쪽머리의 뽕나무와 삼은 봄빛이 한창이네.
아침안개가 걷히면 푸른 산이 우뚝하고
밤비가 내리면 계곡 물이 푸르네.
七曲遙瞻大谷幽 桑麻春色岸東頭
朝烟捲處靑山立 夜雨添時碧澗流

팔곡(八曲)은 긴 물줄기가 학곡(鶴谷)으로 통하는데
연고산(蓮皐山)이 서쪽으로 흰 구름 속에 솟았네.
선도(仙道)를 찾느라고 속된 마음이 씻기는 줄 모르는데
시내와 산에는 상쾌한 기운의 바람이 절로 있다네.
八曲長流鶴谷通 蓮皐西出白雲中
尋眞不覺塵心祛 自有溪山爽氣風

구곡(九曲)은 옥을 씻은 듯한 맑은 물가인데
선생의 돈대는 옛 반구대에 우뚝하네.
비래봉(飛來峯)에서 내려온 천 길의 바위산에
삼현(三賢)의 영모비(永慕碑)는 백세(百世)토록 이어지리.
九曲淸波漱玉湄 先生臺出古盤龜
石山千丈飛來下 百世三賢永慕碑 (번역 : 울산대학교 성범중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