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隈十六景                                
甲寅(顯宗 15年/1674) 元月 下幹 陽溪散人 李香夏

1. 立巖晴漲 맑은 날 강 가운데 선 형제바위
岩岩入江中 (암암입강중) 물 가운데 선 두 바위
終古聞江漲 (종고문강창) 태고부터 큰물 소리 듣는데
漲立岩不沒 (창입암불몰) 큰물에 잠기지도 않고 서 있고
漲伏岩無恙 (창복암무양) 큰물에도 탈나지도 않고 엎드려 있네
有如特立人 (유여특입인) 마치 큰사람이 버티어 서 있듯
風波任所伏 (풍파임소복) 풍파에도 그 자리 지키고 있는데
隻手回倒瀾 (척수회도란) 손수 물결 저어 엎어진 것 도로 세우고
百川聽東障 (백천청동장) 학문의 흐름을 첫길로 가게 하였네
豈斯斧鑿能 (기사부착능) 누가 무엇으로 능히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偉哉眞可仰 (위재진가앙) 참으로 훌륭하도다! 우러러 보이네

2. 馬岩怒濤 마암에 부딪치는 성난 물결
造物爲此弄 (조물위차롱) 조물주가 이것으로 희롱 하려는가
土沙還非豪 (토사환비호) 토사는 크지 않아 붙여 주지 아니 하네
石盤楚堆馬 (석반초퇴마) 펑퍼짐한 바위는 초 퇴마 같고
波激吳江濤 (파격오강도) 물결은 성난 오강 물결 일세
聳觀勢奔猛 (용관세분맹) 솟는 물은 성난 맹수 뛰듯
亂耳聲怒號 (란이성노호) 귀에는 어지러운 소리를 지르듯 하고
白日㤼聞雷 (백일겁문뢰) 한낮에도 천둥치듯 무섭게 들리니
長年驚避高 (장년경피고) 언제나 놀라 높은 곳으로 피하게 하네
試問水落後 (시문수락후) 큰물 지난 뒤 물어 보련다
何似蘇仙皐 (하사소선고) 소동파가 노닐던 언덕과 어디가 닮았는가?

3. 花峀湧月 화산에 솟아오르는 달
舍東有花山 (사동유화산) 마을 동쪽에 화산이 있어
山上完立月 (산상완입월) 봉우리 위로 둥근 달이 솟네
月光滿江山 (월광만강산) 달빛이 온 강을 밝히니
斗覺淸魂骨 (두각청혼골) 문득 내 마음도 맑아지네
幾停謫仙盃 (기정적선배) 적선이 거듭 잔을 멈추고
更探堯夫窟 (경탐요부굴) 또 다시 요부굴을 찾는 구나
夜喜天心到 (야희천심도) 한밤중 천심에 닿으면 즐겁고
曉惜雲間沒 (효석운간몰) 새벽엔 구름에 잠기면 섭섭하네
如此使作主 (여차사작주) 이같이 주인으로 모시며
百年長對越 (백년장대월) 일생동안 마주보며 살겠네

4. 蒜峯宿雲 마늘봉에 서린 구름
油然雲出峀 (유연운출수) 산에서 뭉개 뭉개 구름이 나오고,
桅乎山入雲 (외호산입운) 뾰죽한 봉우리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네
無心自朝暮 (무심자조모) 아침부터 해지도록 마음을 비우고,
旦可消塵弅 (단가소진분) 밤새워 쌓인 풍진 쓸어 없애네
山能不負吾 (산능불부오) 산은 나를 맡아주지 않는데
雲誰特贈君 (운수특증군) 구름은 뉘라서 자네에게 보냈나
山外有喧爭 (산외유훤쟁) 산 밖에 다툼이 있어도,
雲間無見聞 (운간무견문) 구름에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겠네
早曉君其許 (조효군기허) 새벽마다 자네는 그곳에 있으니,
一半吾願分 (일반오원분) 원컨대 절반만 나에게 나누어 주게나

5. 松林霽雪 눈 개인 뒤 만송정 솔밭
定鼎萬松樹 (정정만송수) 높이높이 솟은 만 그루 소나무들
遠村臨江別 (원촌임강별) 저 멀리 마을 바깥 강변에 서있네
何處見奇姿 (하처견기자) 어디서 보아도 신기한 모습은
歲寒初霽雪 (세한초제설) 바람찬 겨울 첫눈이 내린 뒤여서 네
群林百卉眺 (군림백훼조) 숲속 나무와 풀들을 바라보니
索莫生意絶 (삭막생의절) 삭막하여 생기가 보이지 않고
蒼髥帶玉立 (창염대옥입) 검푸른 수염에 옥띄를 두른 듯
白鬚咽毛節 (백수인모절) 온 몸은 하얗게 단장하고 서있구나
恐與三春木 (공여삼춘목) 삼춘의 나무들이기 때문인가
一倒看無別 (일도간무별) 석양볕에 한번보아 분별할 수 없네

6. 栗園炊煙 율원에 오르는 밥 짓는 연기
遠郭園有栗 (원곽원유율) 저 멀리 언덕의 밤나무 숲
江村正炊烟 (강촌정취연) 강촌에 밥 짓는 연기 오르네
朝因洞霧凝 (조인동무응) 아침이면 골짜기에 안개가 모여들고
莫逐峯嵐連 (모축봉람련) 저녁에는 봉우리 따라 아지랑이 이어가네
依微春雨中 (의미춘우중) 봄비 내리면 아련히 보이고
掩映秋霞邊 (엄영추하변) 가을철 저녁엔 노을로 가려지네
佳名賁晋里 (가명비진리) 이름도 아름다운 비와 진의 마을
美實供周筵 (미실공주연) 좋은 열매로 때마다 상에 올리네
老去脚自弱 (노거각자약) 늙어가니 다리가 약해져
煩君數升傳 (번군수승전) 군들 수고로 몇 되 전해졌네.

7. 秀峰霜楓 첫서리 내린 남산의 단풍
江外聳一峯 (강외용일봉) 강 건너 솟은 봉우리엔
巓厓合生楓 (전애합생풍) 산에도 벼랑에도 단풍나무 어울렸네
薜荔索洛之 (벽려삭락지) 담쟁이와 여지도 엉겨 붙어 있어
壁滿靑蒙蒙 (벽만청몽몽) 벼랑 가득 푸르름 일색이네
淸霜一夜飛 (청상일야비) 하룻밤 찬 서리 내리니
爛漫堆新紅 (란만퇴신홍) 불타듯 새로이 붉은 빛 들어 보이네
足以當春花 (족이당춘화) 마치 봄철 꽃 같고
錦帳開空中 (금장개공중) 하늘에 펼쳐진 비단 휘장 같구나
隨時助佳景 (수시조가경) 철따라 아름다운 경치 펼쳐지니
亦見造化工 (역견조화공) 이 역시 천지의 조화가 나타남 일세

8. 道棧行人 상봉정 비탈길로 지나가는 나그네.
道棧懸郭外 (도잔현곽외) 저 건너 벼랑에 걸린 잔도에
歷歷數行人 (력력수행인) 두어 사람 지나가는 것 보이네
不知遠近向 (부지원근향) 가는 곳 어디인지 알 수 없으나
但見往來頻 (단견왕래빈) 왕래하는 사람 꾸준히 보이네
細雨或披蓑 (세우혹피사) 가랑비 오면 도롱이 걸친 사람
斜陽時負薪 (사양시부신) 석양엔 땔감 진 사람도 가네
路危無息肩 (로위무식견) 가파른 길 숨 몰아쉬지 마소
江幽稀間津 (강유희간진) 가물가물 벼랑길, 쉴만한 곳도 별로 없네
靜坐較閑忙 (정좌교한망) 조용히 앉아 바쁘고 한가함 견주어보니
無營則安身 (무영칙안신) 할 일없는 사람 몸 편안한 줄 알겠네

9. 南浦虹橋 남쪽 나루의 무지개
南浦隔前江 (남포격전강) 남쪽 나루와 건너 앞 나루 사이
臥波有長橋 (와파유장교) 강물에 길게 누어있는 다리가 하나
每歲十月成 (매세시월성) 해마다 시월이면 생기는데
晴虹不曾消 (청홍불증소) 날 맑아도 무지개 그대로 서 잇네
行人未病涉 (행인미병섭) 나그네 걱정 없이 건너는데
舟子還停招 (주자환정초) 뱃사공은 불러 세우며 오라 하네
截流勢甚壯 (절유세심장) 흐르는 힘센 강물 막고 서 있으니
濟物功亦要 (제물공역요) 물건 건너는 데에도 힘이 들겠구나
我有題柱志 (아유제주지) 나는 글 지을 마음을 품고
散步聊消遙 (산보요소요) 먼 길을 즐기며 오고 가네

10. 遠峯靈雨 원지봉에 내리는 신령한 비
小草有遠志 (소초유원지) 원지산에 있는 작은 풀
峯上生無數 (봉상생무수) 봉우리 높이 무수히 자라는데
邦人爲取新 (방인위취신) 사람들은 새것만 뜯고
焚之除宿莽 (분지제숙망) 묵은 풀은 불로 태우네
天心急洗痕 (천심급세흔) 하늘은 곧 흔적을 씻어 버리려
知時零以雨 (지시령이우) 때 따라 조용히 비를 내리네
蔥蒨漸看長 (총천점간장) 푸른 잎이 우거져 자라는 모습 보며
悠然當我戶 (유연당아호) 유유히 나는 집에 돌아오네
願爲良醫採 (원위양의채) 바라 건데 진실한 의원이 뜯어가서
使斯民病愈 (사사민병유) 백성의 병을 고쳐주면 좋으련만

11. 盤磯垂釣 물가 반석에 있는 낚시꾼
立岩下磯盤 (입암하기반) 형제바위 아래 물가의 바탕바위
盤處宜垂釣 (반처의수조) 펑퍼짐한 곳 앉아 낚시하기 좋을시고
不問餌有無 (불문이유무) 미끼야 있든 없든
倚竿時一嘯 (의간시일소) 낚시대 드리우고 피리를 분다
水淸知魚樂 (수청지어락) 물 맑아 고기 노는 것을 알 수 있고
沙輕任風棹 (사경임풍도) 낚시 줄도 가벼이 바람 따라 흔들거리네
行吟自忘機 (행음자망기) 시 읊조리면 낚시하는 일도 잊어버리고
沙汀明返照 (사정명반조) 어느덧 모래위에 석양해가 비취이네
此中興如何 (차중흥여하) 이런 때 일어나는 취흥을 무어라 할까
回頭莞而笑 (회두완이소) 고개 돌리며 빙그레 웃음을 짓네

12. 赤壁浩歌 부용대에서 부르는 노래
赤壁陟江上 (적벽척강상) 강 건너 솟아있는 적벽 위에서
臨風撥浩歌 (림풍발호가) 바람타고 큰 소리로 노래 부르네
歌聲滿天地 (가성만천지) 노래 소리 천지를 가득 채우니
萬物於吾何 (만물어오하) 만물이야 어찌되든 무슨 상관있으랴
一歌聲正長 (일가성정장) 한가락 노래 소리 길게 퍼져가고
再歌心更多 (재가심경다) 다시한번 부를 마음 거듭 일어나네
歌罷夢依然 (가파몽의연) 노래는 끝나도 흥은 남아 있어서
羽衣飛相過 (우의비상과) 신선의 옷자락이 스치고 지나간듯하네
何如壬戌秋 (하여임술추) 동파가 보았던 적벽은 어떠했을까
北岸今東坡 (북안금동파) 부용대가 바로 그 언덕 일세

13. 江村漁火 강촌의 고기잡이 불빛
暝色迷江村 (명색미강촌) 강촌에 어둠이 깃드니
點點見漁火 (점점견어화) 점점이 나타나는 고기잡이 불빛
明垂閃衆星 (명수섬중성) 뭇별이 내려와 반짝이며 불 밝히는데
降照然群朶 (강조연군타) 붉은 빛 무리지어 빛나는 구나
散燄或驚魚 (산염혹경어) 날라 흩어지는 불꽃에 혹여 고기 놀랄까
飛烟時繞柁 (비연시요타) 연기 날면 때맞추어 방향 돌리네.
取適政如此 (취적정여차) 이같이 바르게 잡고 나아가면
寓興無不可 (우흥무불가) 흥에 빗대어 못 할일이 없겠지
靜觀到夜深 (정관도야심) 조용히 바라보고 밤이 깊어지면
濠上誰知我 (호상수지아) 물위의 누가 나를 알아볼 것인가

14. 渡頭橫舟 나루에 매어져 있는 배
境僻人事少 (경벽인사소) 외진 곳에 사람 적으니
江山更淸幽 (강산경청유) 강산이 더욱 맑고 그윽하구나
無人來渡水 (무인래도수) 찾아와 물 건너는 이 없는데
盡日橫派舟 (진일횡파주) 온종일 물가에 배만 외로히 누어있네
空將濟川具 (공장제천구) 빈배는 건널 손 위해 갖추어져 있고
載沈還載浮 (재심환재부) 태우면 잠길 듯 하곤 다시 떠오르네
風過臥檣鳥 (풍과와장조) 바람 지나가면 돛에 새가 앉아 쉬고
雨餘集沙鷗 (우여집사구) 비 온 뒤 모래톱엔 갈매기 모여드네
卬須我友涉 (앙수아우섭) 나는 내 벗이 건너기만 기다리고
舟子莫浪愁 (주자모랑수) 배 사공은 저녁 풍랑을 걱정하네

15. 水林落霞 수리미 고개에 내리는 노을
水林山色古 (수림산색고) 수림이 고개 산색은 예 대로이고
今人幽想遐 (금인유상하) 시제 사람은 아득히 옛 일을 생각하네
謙菴有遺躅 (겸암유유촉) 겸암이 남긴 자취 밟아보니
骨構傳克家 (골구전극가) 부친이 물린 일 잘도 이어 다스렸네
起亭五步內 (기정오보내) 정자에서 나서서 다섯 발자국 이내에
新扁照水涯 (신편조수애) 새로이 단 액자가 물가에 비취네
江山連有主 (강산련유주) 강산은 연하여 주인이 있어
勝事堪成誇 (승사감성과) 빼어난 경치를 자랑스럽게 일구었구나
何處更奇絶 (하처경기절) 어느 곳이 더 아름다울 것인가
落日飛晴霞 (락일비청하) 해지면 맑은 노을이 날아드네

16. 平沙落鴈 모래톱에 내리는 기러기
秋江浩空明 (추강호공명) 가을 강은 넓고 하늘은 높고 밝은데
何來遵渚鴈 (하래준저안) 무엇 따라 기러기는 이곳에 왔을까
陣疑沙壅水 (진의사옹수) 모래톱 막힌 물을 의심하고
行如肉貫串 (행여육관관) 한 줄에 꿰어진 듯 줄지어 날아가네
衡陽聲不斷 (형양성불단) 형양땅 그리는 목소리 끊이지 않는데
瀟湘眼還慣 (소상안환관) 소상강 찾는 길 잊지 않고 예대로 돌아가네
己飽江山興 (기포강산흥) 강과 산의 흥을 넘치게 보았으니
豈謨稻梁豢 (기모도량환) 내 어찌 나락과 수수로 모이 줄 가보냐
如能戒口腹 (여능계구복) 입과 배를 조심할 수만 있다면
網羅非汝患 (망나비여환) 그물은 너의 걱정거리가 아니겠지





河回 九曲 柳建春(1739-1807)󰡔楠翁遺稿󰡕                          

 
제1곡 屛山
낙동강 근원 있는 물이 동쪽에서 흘러내리고 洛上源流出自東
병풍 바위의 우뚝한 절벽이 그 안을 에워쌌네 巖屛峭壁抱其中
구름 낀 병산에 서원 서니 강이 섬처럼 둘러 雲屛作院江環島
일곡이라 이름난 터에 버드나무 나부끼누나 一曲名基柳樹風

 

제2곡 南浦
오리의 긴 시내가 포구 남쪽으로 흘러가는데 五里長溪闢浦南
운무가 반쯤 걷혀서 삼필봉이 드러나 보이네 烟雲半捲筆峯三
중류에는 나무꾼 피리소기 홍교에 이어지는데 中流樵笛連橋路
이곡이라 두견화가 푸른 남기 속 빼어나구나 二曲鵑花秀碧嵐

 

제3곡 水林
노을 속 오리 나는 빛이 물 서쪽에 비단 같은데 霞鶩飛光錦水西
갈고리처럼 연결된 돌 잔도는 천제에 닿았구나 鉤連石棧接天梯
세찬 물결 속의 지주석 바위 높다랗게 서 있는데 頹波砥柱高巖立
삼곡이라 흰 모래밭에 기러기떼가 내려앉는구나 三曲明沙落雁低

 

제4곡 謙巖亭
굽어보니 푸른 물결 부딪혀 역류하며 흘러가는데 瞰綠衝波逆折流
하늘거리는 바위틈 대나무들 정자 옆에 서 있네 漪漪巖竹立樓頭
낚시 바위는 보였다 말았다 여울 소리는 오열하니 漁磯出沒鳴灘咽
사곡이라 선조의 정자 십경에 들기에 손색이 없네 四曲先菴十景稠

 

제5곡 晩松
강의 반은 솔 그늘이 드려 묶인 배를 덮는데 江半淸陰覆繫船
삼동에는 눈이 덮이고 봄에는 봄기운을 띠네 三冬雪盖帶春烟
꾀꼬리와 학의 울음소리 바람결에 뒤섞이는데 流鶯老鶴渾風瑟
오곡이라 서리 맞은 단풍이 적벽 앞에 붉구나 五曲霜楓赤壁前

 

제6곡 玉淵
백 길의 부용대가 옥처럼 맑은 물에 비추니 百丈芙蓉玉映河
푸른 절벽 끊어진 곳에 물소리가 요란하네 蒼厓斷處水聲多
나루 입구에서 맞이하고 돌아갈 때 전송하니 相邀渡口旋相送
육곡이라 능파대에서 뱃노래가 들리는구나 六曲凌波棹是歌

 

제7곡 島浦
강 모서리의 한 조각 외로운 섬 푸르는데 一片江隅孤島靑
지나가는 나그네 그림자가 백사장에 길구나 飄飄行客影長汀
깊은 가을 누런 숲은 손바닥처럼 평평한데 高秋黃林平如掌
칠곡이라 농부들 노랫소리 원근에 들리네 七曲農謠遠近聽

 

제8곡 花川
서원을 품은 맑은 시내 백사장을 빙 둘렀는데 抱社淸流繞白沙
산의 이름은 화산이고 아래 시내는 화천이라네 花名山下水名花
명륜당 높은 곳에 청금의 선비들 모여 있는데 倫堂高處靑襟集
팔곡이라 글을 읽는 소리 북쪽 물가까지 들리네 八曲絃聲動北涯

 <구곡의 사진은 하회마을관리위원회가 제공>               

제9곡屛巖
사방으로 돌던 물결이 곧장 아래로 내달리는데 四面回波直下奔
너럭바위 앞의 깎아지른 절벽 병풍문이 되었네 盤磯削壁作屛門
깊은 못의 용이 포효하여 종담 골짜기 갈랐으니 幽龍吼裂鍾潭壑
구곡이라 바람 세차고 밝은 태양 어둑어둑하네 九曲風滔白日昏

합곡시 合曲詩                               
그림 같은 절벽의 풍경 읊은 열여섯 편의 시 畵壁風烟十六詩
뱀엔 사족 더하기 어렵고 물은 헤치기 어렵네 蛇難添足水難披
못난 나는 만년 주자의 무이구곡시 좋아하여 愚聲晩好紫陽曲
강가 집을 작은 무이구곡의 하나에 견주었네 敢擬江居小武夷

류건춘(柳建春, 1739-1807) : 자는 명인(明寅), 호는 남옹(楠翁), 본관 풍산(豐山)
이다. 류운룡의 후손으로 류풍(柳灃, 1701-1772)의 아들이다.






河回 九曲 柳一春(1724~1820)의 󰡔月梧軒文集󰡕                             
합곡시合曲詩
산수는 우임금의 도끼를 겪지 않아 山水不經禹斧靈
풍물이 자연스레 이런 가운데 맑네 天然風物此間淸
창주는 천년에 여운을 남기어 滄洲千載留餘韻
뱃노래가 사방에서 자주 들리네. 慣聽櫂歌四面聲

제1곡 衡湖
일곡은 형호라 배 타고 오르니 一曲衡湖北上船
시루봉 그림자 냇물에 잔잔하네 甑山影裏泛平川
숲 건너 부단히 소리치는 뱃사공 隔林不斷招招子
하 낀 계곡을 북처럼 오가네. 來往如梭一壑烟

제2곡 鍾淵
이곡은 병암이라 削峰을 등지고 二曲屛巖背削峰
벼랑 따라 안에 드니 넓기도 하네 緣崖由入內寬容
때때로 물나라 용왕님께서 時時水國龍王宅
雲雨를 토하여 첩첩이 파랗네. 興雨興雲碧萬重

제3곡 赤壁
삼곡에 높다란 繫船이란 바위는 三曲巖高號繫船
요동치는 파도에 천년을 서있다네 狂濤震盪立千年
이치를 따져보니 감회가 많은데 徐看物理還多感
물욕에 부침하니 정말 가련하네. 慾海浮沈正可憐

제4곡 立巖
사곡은 정자 앞에 지주암이라 四曲亭前砥柱巖
대숲은 바위 서쪽 늘어지게 푸르네 巖西竹樹碧람毿
무엇보다 어여쁜 冬嶺의 밝은 달 最憐冬嶺泠泠月
멀직히 꽃내 건너 퍼런 못에 드네. 遠度花川入翠潭

5곡 河回
오곡은 물돌이 경계 절로 깊숙해 五曲水回境自深
두어칸 초가는 솔숲이 둘러쌓네 數間茅屋繞松林
숲속 정자 사면에 밝은 거울 펼쳐져 林居四面開明鏡
태고적 마음으로 일없이 지내네. 一事無營太古心

제6곡 水林
육곡은 水林이라 만이랑 물굽이 六曲水林萬頃灣
한줄기 서쪽 길 저절로 관문되네 西開一路自成關
깊은 봄 바람자고 노을이 붉은데 春深風靜丹霞裏
무수한 백로는 백사장에 한가롭네. 無數沙邊白鷺閑

제7곡 秀巖
칠곡은 南厓라 푸른 여울 굽어보고 七曲南厓俯碧灘
고개를 돌려서 北壁을 마주한다. 回頭北壁對相看
단풍이 꽃빛 보다 낫단 말 마오. 莫言楓葉勝花色
정말 아끼는 건 한 겨울 孤松일세. 最愛孤松巧耐寒

제8곡은 屛山
팔곡이라 층층바위 계곡이 열려 八曲層巖洞府開
굽이에 붉은 건물 보기도 좋아라 欣看朱棟立灣洄
편하게 앉아보니 청계는 맑아서 居然坐在澄淸溪
한 점 풍진도 이르지 않구나. 不信風埃一點來

제9곡은 井洞
구곡은 魚亭이라 시야가 확 트여 九曲魚亭眼豁然
학가산 저 멀고 망천도 보이네. 遙看鶴岫又輞川
쉬지 말고 노저어 거슬러 올라가자 一舟沿溯休停棹
태백의 眞源은 하늘에 있지 않네. 太白眞源不在天

柳一春(1724~1810)은 자가 復初, 호가 月梧軒으로 바로 겸암 류운룡의 7세손
이다. 고조부는 1666년 영남유림소의 소두가 되어 己亥邦禮의 잘못을 논변하
였던 悔堂 柳世哲(1627~1681)이다. 증조부인 松石亭 柳後昌과 아버지 日新堂
柳瀁은 모두 중망이 있었고, 어머니 안동 권씨는 屛谷 權榘(1672~1749)의 여
식이다.






河回八景 柳聖和(1668~1748) 西湖遺稿                                     

제1경 玉淵亭(옥연정)
寂寞山窓未見朋(적막산창미견붕) 쓸쓸한 산방이라 벗을 보지 못해
幽懷時或說居僧(유회시혹설거승) 이따금 중에게 그윽한 회포 말하네,
風飜竹裡寒聲動(풍번죽리한성동) 바람 치는 대숲엔 찬 소리 울리고
月映波心爽氣澄(월영파심상기징) 달빛 물결엔 서늘한 기운 맑구나,
雲外群峯紛矗矗(운외군봉분촉촉) 구름 너머 봉우리 겹겹이 솟구치고
岩間懸瀑自層層(암간현폭자층층) 절벽에 걸린 폭포 저절로 층층일세,
漁歌遠近烟光晩(어가원근연광만) 원근에서 어부노래 풍광은 저물어
靈境依然似武陵(영경의연사무릉) 선경은 의연히 무릉도원 같구나.

제2경 翔鳳臺(상봉대)
千?層巒面勢平(천인층만면세평) 천 길 층층 뫼뿌리 형세가 편하니
名區形勝自天成(명구형승자천성) 아름다운 경치는 하늘이 만들었네,
亭開翔鳳扁新額(정개상봉편신액) 상봉대에 정자 열어 새 현판 달고
臺屹西厓感舊名(대흘서애감구명) 서애에 대 높아 舊名(구명)에 감회가 드네,
洛水寒波千頃碧(낙수한파천경벽) 낙수의 찬 물결 일천이랑 푸르고
花山霽月十分淸(화산제월십분청) 화산엔 霽月(제월)이 더더욱 맑구나
箇中別有無邊景(개중별유무변경) 이 중에 특별히 한없는 경개는
烟雨汀洲小艇橫(연우정주소정횡) 안개비 모래톱에 나룻배 비껴있네

제3경 秋月潭(추월담)
滄洲玉潔物無侵(창주옥결물무침) 창주는 깨끗하여 외물이 들지 않아
萬頃平湖此最深(만경평호차최심) 일만이랑 편한 호수 가장 깊숙하네
一色秋容粧地軸(일색추용장지축) 가을은 한빛으로 대지를 단장하고
三更明月到天心(삼경명월도천심) 깊은 밤 明月(명월)이 중천에 떴구나
昏?消歇流淸影(혼분소헐류청영) 어둔 기운 소멸해 맑은 그림자 흐르고
淑氣泓澄泛碧?(숙기홍징범벽심) 신령한 기운 깨끗이 푸른 물가에 떴네
無限風光眞可賞(무한풍광진가상) 한없는 풍광이 참으로 볼 만하여
不妨中夜這間尋(불방중야저간심) 밤중에 찾는다 해도 해될게 없네.

제4경 桃花遷(도화천)

細路緣崖高復低(세로연애고복저) 벼랑 따라 오솔길 오르락 내르락
千樹桃林繞東西(천수도림요동서) 수많은 복사나무 여기저기 서있네
不煩泥孩岩間擲(불번니해암간척) 행여나 바위에다 泥孩(니해)를 던져서
能使漁舟洞外迷(능사어주동외미) 어부가 洞外(동외)에서 찾지 말게 하라
春晩江頭紅灼灼(춘만강두홍작작) 봄 늦은 강가엔 붉은 꽃 불타고
雨晴巖畔碧??(우청암반벽처처) 비 갠 바위둔덕 벽도화 무성하네
風光隨處堪遊賞(풍광수처감유상) 풍광은 도처에 노닐기 좋건만
安得詩朋手更携(안득시붕수경휴) 언제 또 다시 詩朋(시붕)과 만나랴

제5경 達觀臺(달관대)

玆臺形勢擅嶠南(자대형세천교남) 이 대의 형세가 영남에 으뜸이라
百尺層巒斗極參(백척층만두극참) 백척되는 層巒(층만)은 북두에 닿았네,
竹?松風聲互?(죽뢰송풍성호알) 댓잎 소리 솔바람 서로 부딪고
江光月影色相涵(강광월영색상함) 강 빛과 달그림자 서로 머금었네,
樽前酌酒輸豪興(준전작주수호흥) 동이 술 마시니 흥취가 호쾌하고
岩際開筵討劇談(암제개연토극담) 바윗가에 자리 펴니 담론이 즐겁네,
一抹寒烟生薄暮(일말한연생박모) 한줄기 찬 연기가 저물녘에 오르자
數聲淸磬動山庵(수성청경동산암) 맑은 경쇠 몇 소리 山庵에 울리네,

제6경 凌波臺(능파대)
巨石中流物莫親(거석중류물막친) 수중의 큰 바위 가까이 못하니
屹然如鎭洛江神(흘연여진낙강신) 높아 솟아서 물귀신 누르는 듯
難逢赤壁吹?伴(난봉적벽취적반) 적벽의 젓대 부는 벗 만나기 어렵고
不見西湖採?人(불견서호채기인) 서호의 마름 캐는 사람 보이지 않네,
處處風光渾似舊(처처풍광혼사구) 곳마다 풍경은 예전과 같건만
悠悠世事漸看新(유유세사점간신) 유유한 세상사는 점점 새로워라
荒臺千古今無主(황대천고금무주) 아득한 荒臺(황대)는 이제 주인 없어
松月婆娑幾十春(송월파사기십춘) 송월만 한가로이 몇 십 봄 이런가

제7경 遠志堂(원지당)
寂寞深林野鳥鳴(적막심림야조명) 적막한 깊은 숲엔 들새가 우는데
丹崖前對暮江平(단애전대모강평) 단애를 마주하니 저녁 강이 편하네,
曾經兵?亭無跡(증경병선정무적) 일찍이 병난 겪어 정자는 자취 없고
留得嘉扁地有名(류득가편지유명) 편액은 전해져 지명으로 되었네,
往事追思腸欲裂(왕사추사장욕렬) 지난 일 생각하니 서러워 애끊고
遺墟觸目涕幾傾(유허촉목체기경) 남긴 터 볼 적마다 눈물만 고이네
長洲落日??返(장주락일휴공반) 석양에 백사장 막대짚고 돌아오니
樹裏村蹊細細橫(수리촌혜세세횡) 숲속으로 촌길이 가늘게 비꼈네

제8경 屛山書院(병산서원)
一曲屛崖有古院(일곡병애유고원) 한 굽이 병산에 오래된 서원
何年於此闢榛蕪(하년어차벽진무) 어느 해에 잡목수풀 개척했든가
鋪張俎豆千年地(포장조두천년지) 향사를 베푸니 천년의 땅이오,
誘掖詩書百代儒(유액시서백대유) 시서로 교육하니 백대의 선비일세,
洛水滔滔波不?(낙수도도파불학) 도도한 낙수는 마를 날 없으니
花山矗矗草曾枯(화산촉촉초증고) 치솟은 화산에 초목 어이 시드랴,
遺風這裡依然在(유풍저리의연재) 유풍이 여기에 그대로 남았으니
從此諸生不失趨(종차제생부실추) 이제사 유생들 길을 잃지 않으리.

※, 柳聖和(1668~1748)는 자가 介仲, 호는 西湖로, 서애 류성룡의 5세손이자 적장손이다. 고조부 류여는 장수도 찰방을 지냈으며, 증조부 柳元之(1598~1674)는 황간?진안 현감을 지냈고 병자호란 때에는 이홍조와 함께 창의하였다. 류원지의 장남은 柳宜河로 익위사 익찬을 지냈는데 아들이 없어 막내 동생 부호군 류만하의 장남 류후상을 후사로 삼았다. 류후상은 바로 류성화의 아버지로 동몽교관을 지냈으며, 어머니는 黔澗 趙靖(1555∼1636)의 증손녀로 통덕랑 조예의 여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