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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한 맛 50년 곰탕골목의 원조
“텔레비젼과 라디오에서 내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다른 곰탕집의 입안이 쩍쩍 달라붙는 것과 달리 소의 양과 뼈, 소머리만으로 개운한 맛을 낼 수 있는 때문으로 논바닥이었던 영천시장이 생긴이래 곰탕골목 50년 역사라우.” <사진1-가마솥에서 곰탕을 퍼담는 이휘자씨><사진2-영천다리앞-시장,역까지 전경 사진3ㅡ시장모퉁이 풍경, 사진4 ㅡ 영천먹거리장터 입구>
하루 한끼도 먹기 어려운 8남매 중 맏이인 이휘자(78)씨는 영일군 연일읍 동문동에서 중매쟁이의 소개로 논 두마지기를 가진 6남매의 둘째인 영천에 스무세살인 1958년에 시집을 온 후 아이 하나를 낳은 1960년부터 영천역앞 논바닥에서 시작한 장사가 곰탕집이다.
5일장이던 당시 논 바닥에 비바람막이 포장을 두르고 소장수와 소나무의 마른솔잎과 장작 등의 땔감을 팔기위해 지게에 지고 장을 찾던 사람들의 허기를 채우던 뜻뜻한 국물과 깎두기, 고추, 양파장아찌 등 번거럽지 않으면서 간단한 입가심거리를 갖춘 음식이 곰탕이다.<사진5-주문한 곰탕을 테이블 앞에 옮긴 이휘자씨><사진6-원조할매곰탕집 메뉴와 지난 10여년간 방송에 노출된 흔적을 담은 현수막>
맑은 국물과 진한 맛을 내기위해 이틀을 우려내야하는 곰탕을 지금은 가스를 연료로 때지만 장사를 시작한 후 초기 10여년간은 장작으로 할때는 나무를 쌓아둘 곳도 부족할 정도로 땔감마련에 많은 비용과 시간, 인력이 들었다.
비닐봉지 조차도 귀하던 시절, 평일에는 하루 스무그릇도 겨우 팔기 어렵지만 청송과 의성, 군위, 경산 등지에서 교통이 좋은 영천 오일장날에는 수백그릇씩 팔아 2남4녀를 공부시키던 중 올해 쉰 넷인 첫 딸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18세가 되던 1976년에 시내버스가 남편이 탄 오토바이를 받으며 훌쩍 세상을 떠났다.
“손님이 찾는 음식점이라 좀 꾸미기도 해야하는데 헤어진 고무신은 바느실로 기워신으며 파마머리는 3년에 한 번 할까말까하게 억척스럽게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 팔순을 이태 앞둔 곰탕집 주인의 넋두리는 눈에 눈물까지 머금는다.
“버스에 차장(안내원)이 있던 시절, 5일장에 몰리는 손님들의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버스를 타고 대구 서구 성당동에 위치한 소를 잡는 도축장의 푸줏간에서 고무통에 담아오다가 버스차장이 오라이, 스톱을 할 때마다 핏물이 고인 통이 앞뒤로 밀려 엎질러지거나 냄새를 풍겨 운전수와 조수, 차장에 의해 강제로 하차를 당하는 등으로 겪은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곰탕집 주인은 이제 눈물을 훔친다.
특히 남편이 세상을 떤 후, 영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동부주차장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갈아타야하는 등의 먼 길을 다니며 곰탕원료를 구입하는 것과 사정이 좋을 때는 택시를 이용했으나 이문(부가가치)이 적은 식당장사로는 이만저만한 비용이 아니었음이 가장 힘들었다.
사고낸 버스가 인정을 하지않는 바람에 100만원 보상을 받고 8일동안이나 상(喪)군들이 퍼마신 장례를 치른 후 시댁에서는 혹시 애들을 버리고 도망이라도 갈까봐 쌀 한톨 주지 않은데다 아예 왕래를 끊어버렸고 고향 영일군의 가난한 8남매 형제들은 그나마 장사를 하는 자신이 그중 형편이 나은 편이라며 뿔뿔이 흩어져 소식조차 나누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에반해 피 한점 섞이지 않은데도 사과와 복숭아 포도, 감 등 계절마다 시골에서 시장을 보러나오는 농촌사람들은 혼자 일하는 과수댁에 과일 하나라도 건네며 짠한 마음을 전한단다.
‘피붙이지만 먼 형제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말처럼 추운 겨울철이면 짚 풀로 만든 가마니와 땔감을 팔기위해 장바닥에서 식사하는 시골사람들의 도시락에 뜨거운 국물이라도 담아 식은 밥을 데워준 덕택에 수십년이 지난 아직도 이 장거리에 나설 때 마다 곡식과 채소를 식당안으로 넣어주며 혈육의 정 이상으로 나눈다.
무거운 쇠고기를 고무통에 담아 옮기는 것이 힘들었지만 자식들에게 과부라는 소리를 듣지않기 진실되고 억척같이 일한 덕택에 6남매 중 넷을 대학까지 보내면서도 늘상 진실하고 성실하게 이틀을 고아야 제 맛을 내는 곰탕은 알음알음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사진7-곰탕집 골목(동)><사진8-곰탕골목(서)>
또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던 푸줏간이 경쟁자가 나서며 10여년 전부터는 배달을 하므로 재료를 구입하러 갈 필요도 없어졌으며 그와 때를 같이해 TV에서 전파를 타기 시작한 ‘영천시장 원조 할매집 곰탕’은 이제 전국에서 주문이 이어진다.<사진9-곰탕집밖 3개의 가마솥과 외부전경><사진10-막내이름으로 된 원조곰탕 희망식당 배달용 명함><사진11-1만원짜리 배달용 냉동곰탕><사진12-배달용 곰탕의 양념을 봉지에 담는 이휘자씨>
이 사이에 서넛이던 영천시장안 곰탕집은 20여곳로 늘어났으나 온갖 재료를 쓰는 잡탕식 곰탕집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원조할매집의 고유한 맛을 따라올 수 없음에 따라 더 유명해졌으나 아이들의 학비를 벌기위해 새벽 다섯시부터 15시간을 식당에서 보낸 탓에 자식들의 밥상머리 교육이 부족한 결과가 드러난다.
대학을 마치고 교육계에 있던 둘째가 주식(株式)에 손을 댓다가 사위와 이혼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으로 우환이 겹쳤고 8년간 소식까지 끊고 있는데다 마흔 둘인 막내아들은 결혼은 커녕 어미품을 떠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나이 팔십이 다가오면서 힘이 달려 주방 일을 할 외부인력으로 월120여만원으로 중국인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지만 장날과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칠십여 그릇의 식당일과 월 100여 그릇의 택배용 배달일을 부리기가 예삿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제 맛을 내기위해 이틀을 푹 고아야 하는 것을 목숨처럼 여기는 50년 곰탕집주인 이휘자씨는 월 200여만원의 전기세와 가스비가 최근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지만 이 가격을 수년간 유지하며 서민들이 먹는 6000원짜리 곰탕가격을 올리기도 내키지가 않은 까닭이다.<사진13-영천시 완산동 영천시장내에 위치한 곰탕골목의 원조집 ‘희망식당’ 가마솥에서 곰탕을 퍼담는 이휘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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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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