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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줄기의 기림사, 수국 연꽃 그리고 비안개
여우비가 이슬같이 살랑거리다 가랑비로 바뀌면서 달을 품고 있다는 함월산 중턱으로 비안개가 신비함을 더해주는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기림사의 육칠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의 본산인 불국사의 말사인 이 사찰은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동쪽끝 깊은 골짜기에 위치하다보니 인근에 포항과 울산 등의 공업도시에서 불과 30km미터의 거리에 있지만 일주문에서부터 이끼낀 석축대가 더욱 청량미를 안겨주는 곳이다.
사진 좌측으로부터 진남루, 응진전, 대적광전, 약사전 순으로 배치
선덕영왕 12년인 서기643년에 광유가 창건해 임정사(林井寺)라고 하다가 원효(元曉)가 확장, 중수하고 기림사로 개칭했다.
몽고의 침략에도 건재하던 이 곳은 1652년 숙종때 다시 짓고, 1718년에 증축, 1862년에 일부분 불타고 이듬해 복구함. 이후 여러 차례 보수·증축, 1863년(철종 14) 본사(本寺)와 요사(寮舍) 113칸이 불타 없어졌으나 당시 지방관이던 송정화(宋廷和)의 혜시(惠施)로 중건한 것이 현 건물로 일제 강점기 때 삼십일본산(三十一本山)의 하나로 지정되었으며 문화재로는 건칠보살좌상(乾漆菩薩坐像)· 대적광전(大寂光殿)· 소조비로자나삼존불상(塑造毘盧遮那三尊佛像) 등이 있다.
철종때 화재에도 불구하고 《경상도영주제명기(慶尙道營主題名記)》 《동도역세제자기(東都歷世諸子記)》 《부호장선생안(府戶長先生案)》 등의 중요한 문적(文籍)과 근세조선 역대 왕의 어필(御筆) 등이 병화(兵火)를 입지 않고 보관되어 있다.
이 밖에 목탑지(木塔址), 3층석탑, 오백나한상(지방유형문화재 214) 등이 있으며 보물로 대적광전(大寂光殿:보물 833), 건칠보살좌상(乾漆菩薩坐像:보물 415), 삼신불(三神佛:보물 958), 복장유물(보물 959) 등이 있다.
석가모니가 생전에 제자들과 함께 활동하던 승원 중에서 첫손에 꼽히는 것이 죽림정사와 기원정사이다. 특히 기원정사는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20년이 넘게 머무른 곳이다. 이와 더불어 불자들의 수행도 점차 유랑 위주에서 정착으로 바뀌었고 정사도 점차 수를 늘리게 된다. 그 기원정사의 숲을 ‘기림’(祇林)이라 하니 경주 함월산의 기림사는 그런 연유에서 붙은 이름이다.
기림사의 일주문(사진 上)을 지나 천왕문으로 향하는 진입로의 이끼(下)
기림사는 해방 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에서는 가장 큰 절로 불국사를 말사로 거느릴 정도였으나 교통이 불편한 데다 불국사가 대대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사세가 역전되어 지금은 거꾸로 불국사의 말사로 있다.
신라에 불교가 전해진 직후 천축국의 승려 광유가 오백 명의 제자를 교화한 임정사였다는 설화도 있고, 그 뒤 선덕여왕 20년(643)에 원효대사가 도량을 확장하면서 기림사로 개명하였다는 설도 있지만 분명치가 않다.
『삼국유사』에 “신라 31대 신문왕이 동해에서 용으로 화한 선왕으로부터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얻어 가지고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림사 서편 시냇가에서 잠시 쉬어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통일신라 초기인 신문왕 이전부터 있던 고찰로 생각된다.
고려 말기에 각유 스님이 이 절의 주지로 있었고, 조선 시대에 와서는 철종 14년(1863)에 대화재로 주요 건물이 불탔으나 경주 부윤 송우화가 크게 시주하여 다시 지었다.
가람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사진)을 중심으로 왼쪽에 약사전, 맞은편에 진남루, 오른쪽으로 응진전, 수령 500년이 넘는다는 큰 보리수나무와 목탑자리가 남아 있는 구역이다.
대적광전은 기림사의 본전으로 보물 제833호로 지정된 조선 시대 목조건물이며, 그 앞에 유형문화재 제205호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근래 새로 만든 석등이 있다.
 
기림사 응진전 기림사 약사전
둘째는 최근 불사한 삼천불전, 명부전, 삼성각, 관음전과 기타 요사채 등이 있는 곳이고 셋째가 박물관이다. 기림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매월당 김시습의 사당도 볼 수 있다. 김시습이 기림사에 머문 인연을 기리기 위해 후학들이 세운 사당이다.
기림사에는 다섯 가지의 맛을 내는 물이 유명하다. 대적광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 옆의 장군수는 기개가 커지고 신체가 웅장해져 장군을 낸다는 물이고, 천왕문 안쪽의 오탁수는 물맛이 하도 좋아 까마귀도 쪼았다는 물이다.
천왕문 밖 절 초입의 명안수는 기골이 장대해지고 눈이 맑아지며, 후원의 화정수는 마실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북암의 감로수는 하늘에서 내리는 단 이슬과 같다는 물이다. 장군수는 장군의 출현을 두려워한 일본인들이 막아버렸고 다른 네 곳도 대부분 물이 말라버렸다.
기림사 박물관에는 기림사를 대표할 만한 건칠보살좌상과 1986년 9월 대적광전의 비로자나불에서 발견된 문적(文籍)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들 역시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보물 제959호). 전적들은 모두 54종 71책으로 정교한 판각솜씨를 보이고 있다. 그 밖에도 지옥과 염라대왕을 묘사한 탱화, 부처님의 진신사리, 와당, 각종 서책 등이 즐비하다.
이렇듯 많은 유물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기림사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림사가 있는 함월산은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로 전쟁이나 기타 재화(災禍)를 면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기림사 주위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데, 이 계곡을 따라 500m쯤 거슬러오르면 두 암벽의 벌어진 틈새로 시원한 물줄기가 내려치는 용두연이 나선다. 이 폭포 부근이 야영이나 취사하기 알맞은 장소이며, 용두연과 기림사 중간쯤에 있는 선녀탕에서는 물놀이를 즐길 만하다.
용두연이라는 이름은 신문왕이 이곳에서 쉬다가 동해의 용에게 받은 옥대고리 하나를 냇물에 담그니 그것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거쳐 기림사의 대적광전 맞은편 진남루는 임진왜란때 승병을 군사훈련시키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가운데 그 내부에는 육중한 보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어 더욱 웅장함을 안겨주고 있다.
 
기림사 대적광전앞 마당에 핀 연꽃
기림사 앞 도로를 따라 양북면 소재지로 2km내외에 떨어진 골굴사는 19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이 운영하던 도량으로 1981년경 기자가 본 그곳은 풍화가 심해 부처가 그려진 작은 토굴에는 흙이 부서러져내리는 등으로 관리가 부살했으나 2000년대 들어와 선무도 수련 및 템플스테이 등으로 유명해진 경주 주변에서 신라시대의 자연그대로를 일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교통, 숙식 등 여행에 필요한 기초 정보
경주 시내에서 불국사나 불국사 역에서 4번 국도를 타고 새 터널을 지나거나 추령터널을 지나 감포 쪽으로 가다가 안동리 입구에서 왼쪽 포항으로 난 시도로를 따라 4.5㎞ 가량 들어가면 된다. 절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감포읍내와 양남면 횟집, 펜션 및 불국사앞 숙박촌은 기림사에서 10km이내의 거리에 있어 바다와 회에사 기림사 앞 산나물 비빔밥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산촌겸 어촌에서 가까운 곳으로 해수욕을 마친 후 소금물끼를 비가내린 후면 기림사 앞 계곡을 찾아 풍덩하면 된다.
올 12월이면 토함산터널을 지나자마자 좌측편에 한국수력원자력의 1100여명이 근무하는 본사가 입주를 할 예정으로 경북관광새발공사의 양남과 감포관광단지 개발이 완료되면 동해안시대의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경주시내를 비롯한 경주 동쪽 감포, 양남, 양북 사람들의 희망이기도 한 곳이다.
기림사 인근으로 건설중인 포항-울산간 고속도로는 내년경이면 개통될 예정으로 800만 부산, 울산, 경남사람들이 불과 한시간이면 접근할 수 있는 휴식처로 자리잡을 곳이기도 하다.
한편 이슬비가 차분히 내리는 유월의 마지막 날 짙게 내리깔린 산안개는 인근 지역의 최대갑부인 평해황씨의 백일제를 올리는 까닭인지 가족들만 모인가운데 울려퍼지는 목탁소리에 딱딱구리가 나무속에서 두들기는 소리와는 또 다른 엄숙함과 진지함으로 산울림이 되어 산새들을 잠재웠다.
여우비에서 가랑비로 그러다 이슬비가 오랫동안 가물었던 대지를 적시는 가운데 마사통 흙으로 된 기림사의 대적광전앞마당은 흙이 물기를 빨아당겨 물기를 찾을 수 없지만 기와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한곳으로만 고이기에 처마아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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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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