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주흘산과 대구의 팔공산, 안동의 황하산맥이 끊어지는 예천군 용궁면의 금천, 같은 군(郡) 지보면을 흐르는 내성천이 안동에서 흘러내리는 낙동강 본류 합쳐져 세 강이 합수(合水)하는 낙동강변 삼강주막,
 
해는 저물고 조각난 달은 하늘에 걸린체 새재주막까지도 아직 100여리가 더 남았지만 한양으로 가야할 영일만 동해안에서 가져온 문어와 부산에서 나룻배에 싣고 올라 온 소금은 나귀에 싣기 위해 예천의 삼강나루까지 왔다.
  

영일 기계와 죽장, 청송, 안동을 거쳐 예까지 오는데도 450리, 청송 도평에서 의성읍내로 오면 좀 더 가깝지만 너무도 험난한 산길이라 산적을 만나기 일쑤라 둘러오다보니 100여리는 더 멀다.

오늘은 이곳에서 잘 수 밖에 없는 시각이라 주모에게 작은 방을 부탁할 찰나에염서방이 부산포에서소금을 실은 수대의 나룻배가 삼강나루에막 도착한 듯 주모가 뛰어내려가 해산물을 받아들고허급지급 달려온다.

"어이 주모 배고프니 막걸리 한 추발이부터 내오게", 우당탕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밀가루를 살짝 풀고 한두오라기 파와 배추를 넣어 지진 배추전과 묵, 두부에 막걸리 한 뚝배기를 얹은 상을 들고 드는찰나 염서방과 그일족이 들어닥치니 고요한던 주막이 어느새 왁자지껄하며 막걸리 판이 벌어진다.

수백리 뱃길과 산길을 온 상인과 나그네들인지라 출출하던차에 들어온, 찹쌀과싸레기가 약간 들어있는 막걸리와 찬거리가 없어 배추 한 잎에 겨우 밀가루풀질한 전조차도후딱 없어진접시를 들고 뛰어나르는 주모는 흥이 날 뿐이다.

이 곳은 문경새재로 들어가는 관문이요 예천 용궁과 회룡포의 내성천과 금천,하회마을에서 내려오는물이 낙동강이 되며 세강이 만나는 지라 '삼강'이라 카는데 물이 얕은 관계로 나룻배가 더 이상은 오를 수 없다.

그러니 두자남 짓한 방에 꼭 끼는 내키를 쪼그려서라도 오늘은 예서 눈을 붙인 후 내일 나루를 건너 새재로 들어설 수 밖에...... 

행정구역상 예천군 용궁면 향석리와 문경시 영순면 달지리,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는 한반도에 마지막 남은 주막으로 500살을 떡 버티고 서 있는 회나무 아래 한적하고 외로이 당그랗게 주저앉아 있다.
 

지난 2005년 89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 시대의 마지막 주모인 유옥연씨가 1900년경에 지어진 이래 한 칸 남짓한 방 두칸에 딸린 부엌과 툇마루 등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경북도 민속자료 134호인 이 주막은 지난해 겉모습을 새로 단장한 체 역사와 같이 도도히 흐르는 긴 강을 굽어보며 5000원짜리 막걸리에 배추전 3000원. 묵과 두부가 각 2000원으로 1만2000원짜리 한 상이 손님을 대접한다.
 

유주모가 세상을 떤 이전부터 상류의 안동, 임하 등 댐으로 인해 줄어드는 강물마냥 인적은 줄어들었고 급기야 주모마저 세상을 뜨니 허물어가는 주막은 나이처럼 많아지는 흰 머릿카락과 다를 바 없었다.
 

이 동네의 변화를 지켜보며 함께 호흡한 정수영(72)노인회장과 정재윤 이장 및 마을사람들은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60년대까지만 해도 보부상과 소(牛)장사, 부산 등지에서 해산물을 곡물로 바꾸어 가던 북적거리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재건을 시도했으며 2005년 경북도가 민속자료로 지정한 후 일단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부활의 나팔을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함께 2007년에는 '직접 술을 빚어야' 하고, '주막을 비우면 안되며, 친절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권태순(70)씨를 새 주모로 선발하고 재래식 방구들을 새롭게 고쳐 장작불로 지피던 그 옛날 이상의 열기로 21세기의 나그네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삼강리 노인회 정회장의 부인인 새로운 주모는 술을 빚으랴, 배추부침을 하랴, 묵과 양념간장을 만드는 통에 고희를 넘긴 부부와 마을주민은 두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데다 손님이 민박을 요청할 경우 이부자리며 청소 등으로 시위를 떠난 화살같은 날들이 지나간다고 한다.
 

여기에다 문경과 예천의 두개의 시군에다 함창, 영순, 풍양 등 3개 읍면의 경계지인데다 사방이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 등의 도로가 지나가며 이 곳을 찾는 문의전화가 많아 칠순노인들에게 길 찾기 안내는 예삿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옛 영화를 회복할 날도 멀지 않은 듯 연신 발걸음이 잦아져 쇠락하는 한국 농촌의 또 다른 이면을 보고있다.

 
 
 
2010년의 주막풍경
 
 
2007년의 주막
 
 
 

佳辰寂寞在他鄕하니

澤國秋風雁叫霜을

世事悠悠堪一笑하고

年光忽忽又重陽을

籬邊黃局爲誰發고

鏡裏凋顔漫自傷을

回望故園何處是냐

且將幽抱付深觴을

                                           重陽節 (朝鮮) 兪彦述  
 
 

佳人來自錦江西하니

暮雨陽臺尙不迷를

羅襪 一雙芳草路하고

錦裙千點落花泥를

烏雲堆괄非緣睡하니

珠淚凝시不是啼를

猶帶眉間愁濕色하니

將身幷坐學黃리를

                                                   雨中兩妓 (朝鮮) 丁若鏞

2007,2의 삼강주막
 

 
삼강주막의 막걸리와 안주 메뉴

 
 
 
 

浮浮我笠等虛舟하야

一着平安四十秋를

牧竪行裝隨野犢이요

漁翁本色伴江鷗를

閒來脫掛看花樹하고

興到携等詠月樓를

俗子衣冠皆外飾이나

滿天風雨獨無愁를

                                                  詠笠 (朝鮮) 金炳淵
 

雲邃岩扉隔塞烟하니

幽居非是學眞仙을

窓間影照金華月이요

枕下鳴流栗里泉을

違世絶遊雖好遯이나

傷時憂道不堪眠을

何關峽中無曆日이요

葉落花開抑記年을

                                                                   隱士 (朝鮮) 白觀亨
 

千里家山萬疊峰에

歸心長在夢魂中을

寒松亭畔雙輪月이오

鏡浦臺前日陳風을

沙上白鷗恒聚散하고

波頭漁艇每西東을

何時重踏臨瀛路하야

綵舞斑衣膝下縫고

                                                            思親 (朝鮮) 申師任堂
 

嶺南遊蕩閱年多나

最愛湖山景氣佳라

芳草渡頭分客路요

綠楊堤畔有農家를

風恬鏡面橫烟黛요

歲久牆頭長土花를

雨歇四郊歌擊壤인데

坐看林초漲寒사를

                                                                映湖褸 (高麗) 禹倬 
 
三十年來返故鄕하니    고향 떠난지 삼십년에 고향이라 돌아오니
人亡宅廢又村荒을       알던 사람 없어지고 알던 집 다 헐렸네
靑山不語春天暮하고   청산은 말이 없고 봄 하늘은 저무는데
杜宇一聲來杳茫을      두견새 한 소리만 아득하게 들려오네.
 
                                還鄕 (朝鮮) 西山大師
 

朝天浦近泣孤臣은

萬古烈風吹白빈을

蒼波浩浩葬魚客이오

老樹森森抉目神을

回頭접城無君子하니

此去龍宮有故人을

三十七年冬至日에

任他白骨化爲塵을

                                                                   誓死韻 (朝鮮) 白樂寬  
 
性癖常耽靜이요     나의 성벽은 항상 조용함을 탐하였고
刑骸實파寒을        뼈만 남은 늙은 몸 추위가 두렵고
松風關院聽하고    청 솔 가지 부는 바람 그윽이 들으며
梅雪擁爐看을       눈 속의 매화꽃 화로 끼고 즐겨보네
世味衰年別이요    늙어가니 세상 재미 별로 없고
人生末路難을       인생의 끝 가는 길 참말 어려워
悟來成一笑하고    깨달으면 모두가 한바탕 웃음일 뿐
曾是夢槐安을       일찍부터 내마음 허황하였오.

次友人韻 (朝鮮) 李滉
 
 

朋友憐吾絶火烟하니

共成型宇洛江邊을

無饑只在啖松葉이요

不褐惟憑飮玉泉을

守靜彈琴心淡淡이요

杜窓調息意淵淵을

百年過盡亡羊後에

笑我還應稱我仙을

                                             退居琵瑟山 (朝鮮) 郭再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