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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행

ㆍ작성일	2012-08-09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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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에 발담그고 책읽는 피서지(避暑地)
경주 안강 옥산서원
한 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로 수백년 고목의 녹음이 짙은 자옥천 계곡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세상사 시름을 떨칠 수 있는 시원함이 있다.

얕은 물이 평평하고 넓직한 바윗돌위로 흘러 첫 돌지난 아기도 칭얼거림 없이 놀수 있기에 아이에서 어른까지 더위를 식히기에는 이만한 피서지가 전국 그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으리 만치 좋으나 '아는 사람만 아는'특별한 피서지다.

  특히 바쁜 일상속에서 독서를 못한 직장인들에게는 책 읽기에도 그만인 장소가 이곳으로 살랑거리는 계곡의 나뭇잎에 부딪히는 바람소리와 흐르는 물소리, 동서남북으로 갈라서 싸우는 조선초, 중기 사대당쟁과 노론과 소론의 틈바구니 역사(歷史)를 현지에서 공부하며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적 제154호 옥산서원이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느다란 숨을 쉬며 벼슬을 이어간 영남학파의 기초를 닦은 문원공 회재 이언적(李彦迪)의 영혼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司諫院司諫으로 있다가 좌천되기 바로 직전에 쓴 그의 詩, 直薇垣(직미원) 등을 통해 玉漏丁東報五更(물시계소리는 五更를 알리는데)/沈邊凉月透窓明(벼개가의 서늘한 달빛 창문을 밝게 하네)/關心宗社安危事(종사의 안위사가 더욱더 걱정되어)/耿耿終宵夢不成(안절부절 밤새도록 잠 못 이루네) 심정을 표현했다..

특히 독락당에 은거해 학문에 전념하던 때의 시 觀心(관심)은 성리학의 대가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空山中夜整依襟 빈산 한밤중에 옷깃 여미고 앉으니一點靑燈一片心 한점 푸른 등불 내 마음에 비치네.本體己從明處驗 본체야 세상에서 이미 경험했으니眞源更向靜中尋 진리의 근원을 고요함 가운데서 찾으리라.

이와함께 47세에 재등용과 무고로 귀양을 가던 때 혼란한 정치를 개탄한 시 ‘足聯句(족연구)’에는 자연과 세상사의 황망을 그대로 표현냈다.

江沈山影魚驚遁 강에 산 그림자 깊으니 고기 놀라서 숨고峯帶煙光鶴()悽 산에 뿌연 기운 가득하니 학도 두려워하네物寒固宜述幻忘 만물이 막히어 모두 허황으로 미혹되니人通何事誤東西 사람들은 어찌 동서도 분별 못하는가?

그 시원함 보다 더 짜릿한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역사의 현장에서 높은 학문을 쌓고 조선조 유교사상의 뿌리가 어우러진 장소.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도덕산과 자옥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가에 높은 학문과 공을 기려 지었다는 옥산서원.

포항ㅡ영천간 국도에서 서원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본 자옥산과 은행나무 가로수로 된 옥산리 들길을 따라 접어들면 아름드리나무 숲이 나서고 갑자기 어둑한 숲으로 덮인 계곡이 이어지다 넓은 바위로 이루어진 곳에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린다.

一人之下의 1500년대 선생(1491~1553)은 당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수차례에 걸쳐 낙향과 상경을 거듭하다 인종과 명종시대 대윤과 소윤 인척간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1547년 양재역벽서사건(良才驛壁書事件)에 휘말려 함경도 종성으로 귀양을 떠나 1553년 끝내 차가운 북쪽끝 여진족과 국경지대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 20여년 후 1572년 영남학파의 창시격인 회재의 공과 높은 학문을 추앙하는 퇴계 이황 등이 주청해 서원을 겁립한 것이 옥산서원이다.

4대당쟁을 겪으며 살아남았으나 끝내 혈족간의 다툼에 재물이 된 회재의 기념서원은 한석봉이 쓰고 선조가 하사한 옥산서원이란 편액과 서적, 토지, 노비를 하사받아 운영한 사액서원으로 조선후기 서원의 횡포에 따른 흥선대원군의 철폐작업에도 살아남은 전국 47개서원 중 하나라고 한다.

옥산서원에서 200여미터 상류에 있는 독락당의 계정 계정에서 본 자옥천

깊어가는 가을, 28번 포항-영천간 국도에서 본 독락당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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