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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마을에 무슨 일이?
ㆍ작성일: 2014-02-04 (화) 03:20	ㆍ추천: 0

30여 농가가 추수 이후 4개월여 겨울동안 8억~10억여원의 수입이 벼농사보다 더 짭짤했던 청정 친환경 채소 흥해곡강시금치가 최근엔 한단에 4000원까지 올랐지만 울상이다.

이 시금치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영일만배후산업단지 개발로 5년여 사이에 시금치밭이 절반 이상이 줄어든데다가 최근 3년연속 파종기에 많은 비가 내려 예년의 30%선에도 못미치는 작황과 수입이라며 주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명사십리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칠포해수욕장변에 자리하고 있는 이 마을은 해변가 모래언덕을 바람막이로 삼고 그 모래땅에 양질의 친환경 거름만으로 재배한 겨울채소의 대명사 곡강시금치,

일반 시금치에 비해 두배 이상의 가격으로 서울에서 더욱 알려진 흥해곡강시금치는 10월경 씨앗을 뿌려 11월부터 이듬해 이월까지 겨우내내 별도의 작업장에서 밭에서 솎기 - 다듬기- 묶기 - 씻기 - 포장하기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전량 서울 가락시장 공판장으로 배송해 수도권 뽀빠이 아저씨들의 활력소 에너지원으로 20여년을 이어왔던 포항의 특용작물 대명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9년 영일만항이 개항, 배후단지에 포함된 바닷가의 시금치 밭들이 공단으로 개발되며 이제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또한 갈색뿌리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향긋한 잎채소 시금치의 고향격인 중앙아시아 카스피해연안과 같은 모래땅들이 거의 사라져버렸기에 한반도 여느 시금치재배지와 비슷한 황토흙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며 모래땅의 독특한 유전자 마저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

칠포해수욕장변 모래언덕 너머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검푸런 겨울파도가 몰고온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그 자태를 더욱 뽐내던 흥해곡강시금치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높은 영양분을 공급했지만 2014년의 1월엔 여느 한겨울 모래사장 같은 휴경지(사진 下)로 놀리고 있다.

시금치가 더욱 맛이 나도록 번갈아 심기(윤작(輪作)를 하는 탓에 오뉴월에 푸른 빛을 자랑하는 일반 채소밭과는 대조적으로 벌겋게 놀리던 밭이 이 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2014년 한겨울, 손바닥 만큼 남은 모래밭조차 그 푸르럼을 잃고 인적마저 사라진 여느 겨울바닷가 처럼 황량한 모래톱만 찬바람을 맞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1세기 관료와 같은 고려시대의 귀족과 종교의 부패, 어지러운 시대적 상황으로 조선 개국을 주도한 정도전과 같은 흥해곡강시금치의 또 다른 혁명가를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