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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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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의 내연산 서정(敍情)
 더운 여름날에는 그늘로 소낙비 내리는 우기에는 우산으로 노랗게 익은 잎은 시상(詩想)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은 논밭의 거름으로 그리고 겨울이 다가왔을 때는 온갖 병치레를 하는 한 잔의 소주가 그리운 사람에게는 '은행'이라는 열매로 남기는 이 나무........ 팔순의 할배는 나무 위에서 칠순의 할매는 나무 아래서.. 		2012-11-26
김장 蓄菜(축채)
시월이라 바람 세고 새벽 서리 매서워져 울 안팎의 온갖 채소 다 거둬 들여놓네. 김장을 맛나게 담가 겨울나기 대비해야 진수성찬 아니라도 하루하루 찬을 대지. 암만 봐도 겨우살이는 쓸쓸하기 짝이 없고 늙은 뒤로는 유난스레 감회에 깊이 젖네. 이제부터 먹고 마실 일 얼마나 남았으랴 한 백 년 세월은 유수처럼 바쁜 것.. 		2012-11-24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이여 하나 되는 국토의 혈맥이여
눈부시구나 드높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과 물 보듬고 어흥! 등뼈를 세우며 구비구비 치닫는 우리의 백두대간 / 봄 오면 진달래, 산벚꽃 다투어 피고 뻐꾸기, 멧비둘기 우짖는 여름 / 가을이면 타오르는 만산홍엽 겨울엔 설화 피어 세상 밝히는 / 금수강산 한 허리가 빛 잔치이구나 오늘 여기 국토의 대동맥을 잇는 이화령.. 		2012-11-16
문경새재는 귀사랑고개
철쭉 같은 칡꽃 같은 핏덩이 울컥 치받치거든 토해내야 할 사랑의 첫고개입니다. 얼지도 녹지도 않는 눈서리 속 단풍잎처럼 새떼가 물고 넘는 붉은 열매처럼 목젖에 가로질려 헛기침 자꾸 나오거든 하늘 아래 첫 고개 새재사랑이 분명합니다. 누구나 문경(聞慶)이 되어 웃고 떠들며 넘으라고 달려온 백두대간이 살풋 허리 틀.. 		2012-11-16
하루의 끝
돌아다 보이는 지평(地平)에 황혼은 물들고 떨어져 나간 가교의 언저리에서 지극히 순수로운 창가 나의 나목(裸木)을 위해 기약없는 낙엽만을 떠나보내리라. 외오진 사원 첨탑을 물들이는 한줄기 찢어진 모종(暮鐘)은 허공을 더듬어 흘러내리는 포도 위에도 저렇게, 저렇게도 황혼은 내리고........ 어슬픈 사여이라도 쓰자.. 		2012-11-14
간주곡(間奏曲)
아직은 끝나지 않는 이 시간에 우리는 모두 어떡해야 합니까? 하루가 뿌리고 간 저 노을이 사라지면 어둠이 찾아오는 이 초저녁에 서로가 풀지 모할 사연을 위하여 저것은 무슨 색신(色身)으로 피어나야 합니까? 내일을 향하는 이 시간에서 사라져 가는 보랏삧(빛) 꿈을 기다리며 우리는 모두 모여 살아야 합니까? 바.. 		2012-11-13
휘날리는 고향마을
포플러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그 해 겨울엔 먼동이 터왔다. 밤이 거쳐 간 일상위에 햇살이 내리면 해는 다시 떠올라 마을을 거너가고 사람들은 무어라 지껄이며 길 따라 내려온다. 환한 대낮 지평이 열려오면 아이들은 아침으로 몰려와서 햇볕을 쬐이고 책보자기 맨 소학교 친구들은 어디로 가싸? 어릴 적 와서 울던 뒷문 밖.. 		2012-11-08
낙엽이 날아가는 곳
다섯 손가락을 펴 하늘 어루만지다 지는 꽃그늘이다 참다못해 떨어지는 꽃 이파리다. 그것은 바람에 휘날려서 날아가는 나의, 손수건이다.  바람의 색깔로 짓이겨 저기 저렇게 허공을 만들어 놓고 짐짓 날리고파 숨는 여심(女心)이 있다 이렇게 바람으로 날아가는 한 장의 가을 사연으로 여기에 숨는다. 가을날의 사연.. 		2012-11-06
엽서(葉書)
비에 풀린 향수처럼간이역 울타리에 가을꽃이 지고싸늘한 강물 위에 별이 푸르다 함초롬 이슬 머금은 정(情)이별은 슬프지 못해 떨군너의 눈동자 시그널 불빛은나를 보내는 파릇한 눈짓. 비오롱 날리는 낙엽의 창가에서끝없는 사연을 풀어 보내면 엷은 하늘 일모(日暮)에 안겨서가냘픈 웃음 깨무는 홍초.. 		2012-11-05
秋雲漠漠四山空 不知身在畫圖中
秋雲漠漠四山空한데 落葉無聲滿地紅이라 立馬溪僑問歸路하니 不知身在畫圖仲이라 秋雲漠漠四山空(추운막막사산공)한데 가을 구름 아득하고 사방 산은 고요한데,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 이라. 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었구나.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하니 다리께에 말 세우고 돌아갈 길 묻노라.. 		201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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