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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쪼매 밖에 안짓니더, 그래도 할마이 할바이가 논에서 390마지기(마지기당 150평) 나락(벼)을 베고 그걸 포대에 담아 트럭으로 여(흥해농협 건조장)까지 싣고 오가야 하니 밥 할 시간이 없어 여(기)서 한끼 때우려니 우리 손주까지 국밥 한그릇 주소!"
흥해농협을 포함한 농촌지역에는 캄깜하게 저녁 7시가 넘었음에도 야단법석, 난리판이다.
23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내 흥해농협건조장에는 농가에서 싣고 온 톤백(1톤짜리 자루)을 지게차 4~5대가 움직이며 서너곳에 있는 건조기로 쉼없이 쏟아 붇는데도 몰려드는 농민들의 차량은 어두워진 시간임에도 끊임없이 밀려든다.
김광욱 흥해농협 라이스센터장은 비가 오지 않는다면 20여일간 톤백 1만2000개에서 1만3000개의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므로, 그것도 네곳이나 되는데도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지 않을 수 없단다.
이 상황이니 박도영 조합장을 비롯해 포항시의 상징인 연오랑새오녀로 섬섬옥수 절세가인, 미인인 조합장의 부인까지 설겆이에 밥반찬을 거들고 있다. 여기에 금융업무를 보고 있는 대다수 직원이 센터내에 있는 임시 식당에 대형 솥을 걸고 쇠고기국밥으로 농민과 현장 직원들에게 내랴 설걷이를 하랴 준전시상태의 임시천막과 같이 운영하고 있다.
짧은 기간내에 많은 물량이 들어오다보니 임시직원을 20여명 투입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기만 하다. 이런가운데 농민들이 혹여나 비소식이 있을까 조마조마해하는 것을 위로하며 도닥거리며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
한차례 비라도 내릴 경우 벼를 베는 바인더 등이 논에 빠지지 않으려면 몇 일이 지나야 하며 그 새 벼의 등급과 출수율이 떨어지고 만단다.
한편 흥해권역의 작황은 도복(벼가 논 바닥에 눕는 현상)으로 지난해 대비 약간 떨어진다는 것이 농민과 라이스센터 관계자의 반응이다.
20여년 전 논 몇 십마지기를 추수하기 위해 10여명의 전 가족이 달라붙어 벼베기 → 나르기 → 탈곡 → 볃짚쌓기 → 추수한 벼를 넣는 마당에 뒤주만들기 등을 하는데도 한달여나 소요되는 것에 비해 400여마지기 논을 칠순의 노인 혼자, 또는 부부가 몇 일이면 끝내버리는 격세지감의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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