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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에 비해 해가 한나절이나 짧아져버린 10월도 막바지인 25일 서산에 해가 한뼘도 남지않은 늦은 오후,
황금빛 들녁을 찬란한 계절이라는 의미가 허튼 소리임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듯 깜빡거리며 반짝이는 석양빛을 받아 더욱 눈부신다.
조선반도 동쪽에는 원산, 영해, 흥해라는 오랫동안 물산이 풍족한 고장이라는 말처럼 끊임없이 펼쳐진 가을의 황금들녁은 배고픈 시절엔 더욱 더 그러했을 것이다.
그 넓은 들판을 이웃한 바닷가에서 900미터대의 내연산아래 언덕배기의 계단식 논을 일군 청하, 송라지역의 풍경은 평평한 지형에 비해 더욱 볼만 한 것들이 많다.
벼이삭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드러누운 벼를 일으키느라 허리만큼의 키인 벼인지 무엇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농민도 날씨가 적당한 시기에 벼베기와 탈곡을 끝내기 위해 손은 바쁘기만 하다.
해가 너머간 서산의 하늘은 더욱 벌겋고 엷은 구름을 따라 피어나는 가을 창공은 아름답기만 한데 호미곶반도를 통해 한반도로 진입한 북미발 인천공항행 비행기는 길고 긴 흰구름자국을 동에서 서로 길게 내뿜고 사라져 가고 있다.
1만3000톤백 자루를 거두어들일 건조장이 있는 한반도 3대 동해안곡창지인 흥해에 비해 불과 3분의 1인 4800여 자루를 불과 몇 십일내 해야하는 신포항 청하건조장의 장상국 상무는 마음이 바쁘다.
내연산 보경사아래 송라지점의 노해성 상무는 이렇게 캄캄해져 있는 시각인데 아직도 들녁에서 벼수매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단다.
서산으로 손톱만큼 걸려있는 석양의 황혼이 길게 내려깔리는 시각, 황금빛 들녁에서 바라다 보이는 실크천 같은 동해바다와 들판에는 아직 햇살이 어른거리지만 어두컴컴해 진 내연산 골짜기에는 벌써 가로등이 켜져 있다.
보경사안에는 이미 저녁공양을 마친 스님의 독경과 목탁소리가 적막에 갖혀버린 공간에 파문을 만들어 가을풀벌레를 재운다.
그럴사이 어두운 골짜기에 손바닥만한 논엔 황금빛 벼들이 저녁바람을 따라 대낮처럼 환하게 일렁거리고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마저 수분이 날려가는 음침함이 다가서는 시각,
논밭에서 가을걷이를 돕느라 여섯살 네살을 둔 엄마는 아이들의 시장기의 재촉을 못이기고 저녁에 앞서 군것질거리용 패스트푸드점에서 망중한을 보낸다.
그 옆에는 세계적인 기업체가 이 땅에서 오래전에나 있었던 대가족 제도 하의 '밥상머리 분위기' 의 글이 풍경처럼 걸려있다.
'식사시간에는 가족들이 상에 둘러앉아 그날의 있었던 이야기들을 서로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지만 한국은 이미 30여 년도 전에 그런 시간들이 사라졌다.
고교 1학년짜리가 야간자습까지를 포함해 학교를 마치는 시각이 11시라고 하며 아직도 귀가를 하지않고 그 앞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니 엄마 아빠, 형, 동생이 함께 식사시간을 하는 날들이 얼마나 될지!
그렇게 2017년의 가을도 이제 끝에 다다르고 있다. 그 리고는 이 황량한 들판과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대는 골짜기로지푸라기들만 날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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