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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랑비가 솔잎에 대롱거리는 새벽 다섯시 딱따구리가 나무구멍에서 목탁소리 들려주는 산책로 칡넝쿨이 절반이나 갉아먹은 소나무가지 일년생 칡넝쿨 어느 새 제자리를 꿰 찬 왕성한 복원성
팔순을 훨씬 넘은 스님들이 도란거리며 스쳐 지나가고 수년 간 길가는 나무꾼과 거사들을 늘 푸근하게 대하던 지난 봄 갑작스레 소풍을 마친 절간의 공양주 시장기 드는 산꾼의 걸음조차 휘청거리게 하네
욕심이 과한 인간의 지나침으로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간 공양주의 얼굴이 이 새벽따라 솔잎에 맺힌 물방울이 되어 아롱거리네
공양간의 공양주 숨소리가 사라진 날부터 밤 새도록 나무꾼의 시장기마저도 공양주의 그 고통보다 더 하지를 못하니 밥이 익어가는 밥솥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그 아픔을 어찌 잊으리오
그 긴긴 봄날에 우지짖는 소쩍새마저 오늘따라 유난히 나무꾼의 발걸음을 정처없이 솔밭길로 잡아끈다네
오뉴월의 옥수수밭에서는 바람이 불면 벌써 서걱거리는 구슬픈 소리가 들리는데.....
육십도 못넘기고 이 아침으로 한줌의 재가 된 45년 전의 동무와 절간 공양주의 사후 영혼을 위해 나무꾼은 새소리만 들리는 하염없는 산길을 휘척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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