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이면 이미 끝이 났어야 할 미나리판이 4월이 내일인데 아직도 절반 이상이 남아 올해 농사는 끝이 났단다.

"21년째 이 장사를 하는데 이런 일도 있네!"

10여호의 농가가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나리와 삼겹살로 경주시 암곡동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A씨는 이런 상황인데도 코로나19로 인해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시내의 상가나 의료진 및 공무원들에게 한마디 한다.

"내 땅에서 산골짜기의 물로 미나리를 키워 파는 것은 시내의 점포세에 전기세와 인건비 등의 부담을 하면서도 장사가 안되니 삼중고를 겪는 반면에 우리는 그저 적게 먹으면 될뿐이다"

20여년 음식점을 했으면서도 여느 상인들과는 다르다.  

가을철 억새단지로 전국에 알려진 무장산(624M) 골짜기, 벚꽃 가로수로도 유명한 토함산 북쪽 끄트머리인 이곳에 꽃잎은 벌써 흩날리고 있는데 1990년대 중반까지 명맥을 이어오던 목장터를 활용한 버려진 땅에 억새와 신라시대의 사찰 무장사지, 그리고 산정상까지 7km 남짓한 이 골짜기에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2020년의 봄은 이곳 사람들에게 또다른 기억을 남길듯한 잔인한 봄이 되고 있다.

한여름에도 80%의 구간은 그늘인데다가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산책을 하기에 그만인 암곡골짜기에도 봄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골짜기 원조격인 A씨의 20년 미나리 농사의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4월이 닥쳤는데도 식감은 야들야들 부들부들하다.

그 비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