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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고 노랗게, 연분홍이던 그 봄날의 꽃이 가을로 물들고 있는 경주보문호반의 11월,
아직은 은행잎이 절반도 물들지 않은 이른 가을이지만 벌써 얇은 잎사귀를 지닌 활엽수들은 벌써 퇴색해 땅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저 가을이 익는것 처럼 가을들판은 횡하니 비워지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따질 것도 없이 그렇게 가을은 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못다한 일들이 많이 남아있는 중년과 같은 초가을의 풍경은 어쩐지 조급해지기만 합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싹을 틔우던 그 이른 봄부터 소쩍새 울던 만춘(滿春)의 긴긴 낮, 그리고 귀가 쩡쩡 울리도록 울어대던 매미가 너무나 시끄럽고 미워지기까지 한 성하의 여름날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
잎들이 물들기만 하면 해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아지는 50대의 중년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하루해가 얼마나 짧은지 시간이 너무 야속하기만 하는 가을날의 하루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떠 오른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 가을이 가기전에 해야 할 일들을 추락해 두이굴고 있는 잎들에게 하소연 합니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보문호반의 이른 가을임에도 그 일들이 아침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도록 반짝임에도 벌써 지고 있는 수분이 사라진 엷은 잎사귀들에게 이미 안녕을 고하려 서성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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