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내렸던 봄비가 떨구어 낸 내연산 보경사의 봄 밤은 대낮처럼 환한 6일 저녁녘의 풍경!

봄나들이를 나섰던 인파들이 몰려가버린 후 텅빈 주차장에 덩거렇게 혼자서 피아노 음악을 듣는 도음산나뭇꾼은!

Joy → Night → Midnight → Minstrels → Variations on the Kanon by Pachebel → The holly and the Ivy가 흐를 때에서야 

퍼뜩 정신을 가다듬을 정도로 환상적인 봄 밤,

400년된 보경사 경내 탱자나무에 싹이 움틀 때

적광전앞 1000년의 오층석탑옆 감나무에 파란이끼가 보일 때

죽은 것 같던 내연산12폭포로 향하는 텅비원버린 듯한 골짜기 겨우나무가지에 파란 빛이 느껴질 때

참새들이 짝을 짓는 듯 짹짹거림이 귀를 따갑게 할 때

50년 수도승 보다 더 고결한 나무속 딱따구리 목탁소리가 들려올 때

어제 비에 온 나무에 맺혔던 꽃들이 화알짝 틔운 꽃잎이 바람에 흩어질 때  

이 산골의 봄은 절정에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