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인 4월 초파일을 앞두고 15일 오후 산사의 뒷산은 일주일여 사이에 연한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죽은 듯한 산사 경내에 있던 400년된 탱자나무에서 피어나는 봄 꽃은 해를 많이 받는 동편에는 일주일여 새 이미 꽃이 지고 새싹이 나 있는데 비해 볕이 건물에 한시간여 가리는 나무의 서편에는 잎은커녕 아직 꽃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는 광경에서 봄날의 하루가 얼마나 더 중요한 지 옛 사람들은 쌍둥이들을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이 탱자나무에서 볕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에 꽃이 시작될 즈음에는 아직도 내연산의 나뭇가지에 잎사귀는 싹이 봉긋하게 움트는 정도이지만 일주일여 지난 후면 1400년된 내연산 보경사 뒷산의 색상은 완연하게 다르지만 그래도 햇볕이 그늘을 만들지 못하기에 아직도 여린 새싹들을 뚫고 키낮은 진달래와 철쭉에 볕을 나눈다.

그러다 이 탱자나무의 서편에 마저 꽃을 틔울 즈음 10여일 새 산은 완전한 녹음으로 덮이리라...... 송화가루가 날리는 그 시기가 되면 그윽한 장익는 냄새마저 공양주들에게 덮여지는 뚜껑으로 한동안은 못맡겠지....

여린 재핏잎에 돐나물 버섯무침 우무가사리 된장국의 소박한 저녁공양으로 하루를 감사하는 시간을 보내면 이 골짜기에 어둠의 장막을 치는 소쩍새소리가 메아리되어 적막으로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