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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을 털어낸 꽃잎이 바람이 불면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며 떨어져 나갑니다. 땅바닥에서 뒹구는 새하얀 꽃잎들이 이곳저곳을 휩쓸려다니다 어느 구석진 곳에 소복이 쌓여 올해 봄을 마감하고 있네요.
그 뒤를 겨우내 앙상했던 침들만 보이던 탱자나무, 엊그제 틔어오르던 몽오리에서 꽃을 피웁니다. 꽃이 없는 죽은 것 같던 400년된 고목 탱자나무가 1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내연산 보경사 경내에서 꽃에 이어 갓난아기의 손톱같은 크기의 싹도 피어납니다.
올해 봄의 화려한 꽃들이 어제 피었다 싶더니 어제 내린 비와 따스한 햇살이 있는 오늘 오후의 바람에 날려가 버린 후 그 자리를 이어 파아란 새 군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봄날의 종달새와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잎사귀를 키운 그들이 억수같은 장마를 맞이할 것이며 작렬하는 칠팔월의 태양에게 혹사를 당하다 그들도 추운 겨울날 동상을 피하고 잎을 떨구기 위해 수분 빨아들이기를 중단해야 하는 가을을 맞이 하겠지요.
그러다 하나 둘 쓸쓸히 떨구어 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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