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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짐승들 소굴 단양 舍人巖 가는 길
ㆍ작성일: 2016-11-26 (토) 23:47	ㆍ추천: 0

한 손에 막대 짚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충선왕 때의 성리학자로 자는 천장(天章)·탁보(卓甫), 호는 역동(易東)인 우탁(禹倬, 1263년~ 1342년),

그가 늙음을 한탄하며 인생의 허무를 노래한 탄로가다.

일찍이 영해사록(寧海司錄)으로 있을 때 요신(妖神)의 사당을 철폐한 적이 있었고 원나라를 통해 정주의 역전(易傳)을 연구해 후진을 가르쳤다.

충청북도 단양군에 있는 명승지, 단양 팔경의 하나인 사인암(舍人巖)을 가기 위해 26일 동남쪽 끄트머리인 영일만에서 길을 나섰으나 200여km에 달하는 경상북도 영주 안정면과 풍기에서부터 내린 눈으로 갈까말까를 한시간여에 걸쳐 망설이다가 자칫 눈 속에서 길을 잃을 뻔한 영일만의 도음산나뭇꾼,

천장 우탁이 고려 말기에 사인 벼슬로 있을 때 그곳에 휴양을 가서 이름이 붙여졌던 곳을 불과 30여km를 남겨두고 발길을 돌릴 수 없어 들런 이곳,

탁이불군(卓爾弗群) 뛰어난 것은 무리에 비할 것이 아니며
확호불발(確乎不拔) 확실하게 빼지 못한다
독립불구(獨立不懼) 홀로 서도 두려울 것이 없고
돈세무민(遁世無憫) 세상에 은둔하여도 두려울 것이 없다

유유자적하는 우탁의 모습이 글 안에 담겨져만 있으면서 십수년 이상 야인으로 자연을 벗삼는 도음산나뭇꾼과 어찌 다를 바 있으리오.

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사인암 쪽으로 발길을 돌려 가니 그 옛날 물가를 거니는 선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풍경이다.

이미 날은 어둡고 주변의 주점들마저도 대다수 불을 끈채 문을 닫고 있으니 이 어이 외롭지 않으리오......

물소리
바람소리
짐승의 울부짖음
그리고 도음산나뭇꾼의 소리없는 절규.......

비통함
애절함
살을 에는 듯한 한겨울 좁은 산골짜기에 휘몰아치는 처절함......

뭇짐승들을 그 눈이 흩날리는 추위에도 산 속에서 배고픔과 괴로움, 서러움으로 울부짖는데 어찌하여 주권이 뭇짐승들에게 있다고 했음에도 그들이 들판에서 눈에 불을 켝고 삶과 투쟁하며 들불이 온사방으로 번져나가고 있는데도......

公과 私조차 가리지 못한 뭇짐승들의 수뇌가 산산곡곡의 여린 아해들의 피를 흩뿌리고 있나!

깎아지듯한 절애(絕崖)의 바위끝에서 울부짖는 나뭇꾼이 첩첩산중의 눈 내리는 단양 사인암에서 적막과 면도날같은 칼바람속에서 시대를 한탄하면서.......